해외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무용수들이 고국 무대에 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공연장이 문을 닫은 상황이라 이들은 한국에서 공연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무용수 10인은 27일부터 28일 양일간 열리는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초청공연’에 앞서 25일 서울 종로구 한국의집에 모였다.
지금까지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초청공연’은 해외에서 활동중인 한국 무용수와 그가 소속된 무용단의 외국 국적 파트너가 함께 입국해 공연을 펼치는 형태였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외국 국적 무용수의 입국에 제한이 생겼다. 그렇다고 공연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매년 공연을 치러온 장광열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대표는 입국이 가능한 한국 무용수들끼리 파트너를 하는 것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그래서 지난해까지 한국인 무용수가 매년 6명 남짓 초청됐지만 올해는 10명이 초청됐다. 이번 공연에서 예술감독을 맡은 조주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절박한 심정으로 공연을 준비했다”며 “어느 때보다 연대 의식이 강하게 느껴졌다. 전장을 함께한 전우애도 생겼다”고 말했다.
올해 초청된 한국 무용수는 뉴욕시티발레단과 함께 미국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아메리칸발레씨어터(ABT)에서 활동하는 한성우와 박선미,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단 강호현, 지난해 최고의 신인 무용수로 선정된 헝가리국립발레단의 이유림, 보스턴발레단에서 활약 중인 이상민 이선우 이수빈 그리고 전통의 미국 조프리발레단에서 활약하는 정가연이다. 모두 메이저 국제 무용콩쿠르의 최고상에서부터 3위 이내 입상 경력을 가진 무용수들이다.
무용수들은 ‘해적’ ‘돈키호테’ 등 유명 클래식 발레부터 ‘차이코프스키 파드되’ 등 네오 클래식, ‘Pearl’ 등 컨템포러리 발레까지 다양한 색깔의 작품을 선사한다. 특히 ‘해적’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2인무가 아닌 3인무로 무대에 오른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신예 단원 강호현의 내한공연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호현은 “1월에 제안을 받았을 때, 스케줄 때문에 참여가 불투명했지만 오히려 코로나19로 공연이 모두 취소돼 입국할 수 있었다”며 “이런 기회를 얻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성우와 함께 ‘돈키호테’ 그랑 파드되를 통해 그동안 다진 예술성을 선보인다. ‘돈키호테’ 그랑 파드되는 발레 갈라 공연의 단골 레퍼토리다. 한성우는 “2008년 중학생 때 영스타 부문으로 한 번 공연한 적 있는데 성인이 돼서 또 무대에 오를 수 있어 감회가 남다르다”며 “어릴 적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해왔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없어져서 힘들더라.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공연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선우와 박선미가 선보일 ‘차이콥스키 파드되’는 모던발레의 거장 조지 발란신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이선우는 “한국에 오랜만에 왔는데 감개무량하다”며 “공연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의료진을 포함해 관계자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갈라 무대에서밖에 볼 수 없는 ‘탈리스만’ 파드되는 정가연과 이상민이 함께한다.
바르나 국제 발레 콩쿠르 그랑프리 수상자 출신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 불가리아 국립발레단에 초청돼 ‘백조의 호수’ 주역을 맡았던 이수빈은 조주현 교수가 안무한 솔로춤 ‘Pearl, 진주’를 선보인다. 사회에 저항하고 절망의 끝에서 불타올랐던 ‘블루스 리바이벌’ 시대 최고의 록스타 제니스 조플린을 그리며 만든 작품이다.
현대무용수도 오랜만에 내한 공연을 펼친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만드는 시적인 무대로 유명한 프랑스 르게떠 컴퍼니의 이선아와 네덜란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미리가 주인공이다. 신체의 근육과 관절을 이용한 섬세한 춤이 트레이드마크인 현대무용수 이선아는 4년 만의 한국 공연에서 신작 ‘UN·COVER’를 공개한다. 이 작품은 약육강식의 일상 속에서 권력을 좇아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미리는 즉흥적인 스타일이 가미된 작품을 준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