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제가 처음 하는 거라서 떨리고 그런데요.”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25일 열린 공판에서 피고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증인을 상대로 직접 신문에 나섰다.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에프엠(WFM)에서 허위로 고문료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불리한 진술이 나오자 만회할 기회를 자청한 것이다.
정 교수는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WFM에서 매월 200만원씩 1400만원을 고문료 명목으로 받았다. WFM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투자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에서 인수했던 영어교육업체다. 검찰은 정 교수의 횡령 정황을 의심하며 수사에 나섰지만 공소제기로 이어지진 않았다.
증인으로 나온 코링크PE 이사 임모씨는 정 교수가 당시 고문활동에 무관심했다고 증언했다. 임씨는 WFM에서 영어사업본부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정 교수가 지난해 2~3월 강연을 요청하자 거절했고 WFM 주가가 하락한 이유만 전화로 물었다고 했다. 정 교수가 WFM 주가 변동에만 관심 있어 주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고, 한 차례 회의 말고는 한 일이 없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정 교수 측은 반박에 나섰다. 임씨는 처음에는 정 교수에게 검토해달라며 보낸 영어교재는 10권 정도였다고 했다. 그런데 변호인이 “큰 박스로 보낸 것 아니냐. 지금도 그 박스가 있다”고 하자 임씨는 “(박스를) 보낸 것 같다”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변호인은 곧바로 “공소사실과 무관한데 피고인이 직접 질문하고 싶어 한다”며 기회를 달라고 했다.
재판장의 허락을 얻은 정 교수는 임씨를 직접 2분간 신문했다. 정 교수는 “제가 틀리면 말해 달라”며 질문을 시작했다. 정 교수는 “당시 박스로 받은 책이 200권이 넘는데 기억이 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임씨는 10권쯤 보냈다는 앞선 발언과 달리 “그렇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강연을 거절한 게 아니라 개강 때문에 바쁘니 시간을 조절하면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임씨는 잠시 침묵하다가 “웬만하면 빼달라고 했다는 뉘앙스로 느껴졌다”고 답했다.
이날 임씨는 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정 교수 지시에 의해 허위 해명서류를 만들거나 일부 자료를 지우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임씨는 “조 전 장관의 조카 조범동씨가 ‘사모펀드 의혹 보도에 대해 대통령이 크게 궁금해 하고 있다. 해명자료가 대통령에게도 보고되니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게 사실이냐”는 검찰 질문에는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