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사고 운전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피해 아동 누나는 이번 결과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며 “또 다른 피해 아동은 방송에 보도된 이후에야 사과를 받았다. 이게 진짜 사과냐”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24일 경주경찰서에 따르면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은 스쿨존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가해자가 세 자녀 어머니로, 주거지가 일정하고, 세 차례 법정에 출석해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었기 때문이다.
피해 아동의 누나 A씨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구속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장이 기각돼서 깜짝 놀랐다”며 특히 기각 사유에 아쉬움을 표했다. A씨는 “기각 이유에 ‘세 자녀의 엄마’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세 자녀 엄마가 아이들을 상대로 그렇게 운전해도 되느냐”며 “제 동생뿐만 아니라 사고를 함께 당한 동생 친구도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뻔 했다”고 토로했다. 또 세 차례 법정에 출석한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출석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이 부분이 이유가 됐다는게 이해가 안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피해 아동은 퇴원한 상태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아이들이 가장 불안해했다. 그래서 저희 가족 모두 가해자 구속을 기다렸다”며 “경주가 원체 좁다. 우리 주변에 가해자가 돌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니 무섭고 걱정될 따름”이라고 말했다.
A씨는 가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문자 2번 정도 온 게 끝”이라며 “MBC ‘실화탐사대’ 출연 이후에도 연락 한번 안왔다”고 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실화탐사대’에서는 제작진과 누나가 가해자와 만났다. 가해자 측은 이들이 계속해서 인터뷰를 요청하자 경찰에 신고했다. A씨가 “뭘 잘했다고 경찰을 부르냐”고 물었지만 차량 운전자 남편은 “취재 좀 하지 말라. 길을 막고 있으니까 경찰을 불렀다”고 했다.
또 다른 피해 아동 역시 방송에서 이슈화되기 전까지는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고 했다. A씨는 “SBS ‘모닝와이드’에서 동생 친구 역시 비접촉 뺑소니사고 혐의가 적용된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야 가해자 측에서 연락이 왔다더라. 그 아이도 다친 것을 알았을텐데 언론에서 이슈화되니까 그제서야 사과하는 것에 화가 났다”고 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부지석 이정도 변호사는 “(가해자 측에서) 지속적인 사과를 하기보다는 나중에 증거로 사용하려는 듯 문자를 1~2개 보냈다. 그래서 피해자 측도 많이 분노하고 있다”며 “(이번 구속영장 기각으로) 피해자 가족 측은 실망감이 크다. 다행인건 영장 발부나 기각이 법원 판결시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그럼에도 재판 결과는 올바르게 내려질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한편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18일 경주 스쿨존 사고와 관련해 운전자의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 이들은 아이를 발견한 이후에도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페달을 밟은 점에 주목했다. 또 운전자는 충돌 때 아이를 못봤다고 진술했지만 특수 안경을 동원한 현장검증을 통해 운전자에게 아이가 보였다는 것이 입증됐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