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규제, 주식은 세금. 우리는 어떻게 돈을 벌라는 겁니까?“
정부가 25일 국내 소액주주에게도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안 ’을 발표하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투자에 뛰어든 이른바 ‘20·30 개미’들이 들끓고 있다. 겨우 회복세로 접어든 주식시장이 양도세 도입으로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에다가, 기업의 성장성에 기대를 거는 장기 투자자는 손해를 보고 소위 ‘단타(단기투자)’ 투자자만 이득을 보는 구조라는 시각이 확산되면서다. 이번 금융세제 개편안은 주식 양도차익을 3년간 합산해 2000만원 넘는 수익에 대해 20%의 양도세를 매기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대신 주식을 팔 때 내는 증권거래세를 현행 0.25%에서 2023년까지 총 0.10% 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개미 죽이기’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날 온라인 주식투자 커뮤니티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정부가) 내 집 마련을 막더니, 이제는 주식마저 막았다” “‘박스피’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게시글이 쇄도했다. 정부는 “실제 주식으로 2000만원 넘는 수익을 거두는 투자자는 전체 상위 5% 수준인 약 30만명에 불과하다”며 “대다수 투자자들은 증권거래세 인하로 세 부담이 낮아지게 된다”고 설명했지만, 조세 저항에 나선 젊은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양도세 논란은 국내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통했다. 국내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주식 투자로 거둔 이익에 대해 양도세를 내지 않았다. 이에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양도세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불거져 왔다. 해외 선진국 대다수가 주식 소득에 양도세를 부과한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 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동안 주식에 대해선 과세가 안 됐던 부분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권거래세를 놔둔 상황에서 양도세까지 부과하면 국민은 이중과세라는 인식과 더불어 실질적 증세로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식 양도세 방침에 투자자들이 들끓는 현상은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젊은 층의 분노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 매매 시장에 나섰던 30대들은 최근 ‘6·17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비조정지역까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로 묶이자 “평생 세입자로 살란 말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비정규직 보안검색원 190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정규직 직원과 취업 준비생을 중심으로 ‘공정성 훼손’ 논란이 불거졌다. 이러한 현상들이 단기간에 벌어지며 주식 양도세 과세 방침도 ‘사다리 걷어차기’란 프레임으로 젊은 층에 인식된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부동산 대책과 정규직 전환, 주식 과세 정책 등이 2030세대에겐 화학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사건으로 인식되면서, 젊은 층의 박탈감을 재차 자극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기존의 정의, 평등과 같은 프레임을 청년층 눈높이에서 다시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