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1억원에 가까운 ‘유족급여’ 등을 받아간 ‘전북판 구하라’ 생모가 전남편에게 법원이 판결한 양육비 7700만원 전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당초 생모는 전남편이 제기한 양육비 청구 소송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다 여론이 나빠지자 양육비를 지급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순직한 소방관의 아버지 A씨(63)를 대리해 전 부인 B씨(65)를 상대로 두 딸에 대한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한 강신무 변호사는 25일 “B씨가 항고를 포기하고 최근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합의서에 따르면 B씨는 A씨에게 6월 28일까지 4000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3700만원은 5년(60개월)간 매달 61만7000원씩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이런 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합의서는 무효이며 합의 이행 후 판결에 대한 일체의 법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지난 12일 전주지법 가사1단독 홍승모 판사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 소송에서 A씨에게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1월 수도권 한 소방서에서 일하던 A씨의 딸(사망 당시 32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32년 동안 연락도 없이 지내던 생모 B씨가 갑자기 나타나 유족급여와 사망급여 등 약 8100만원을 챙겨가면서 비롯됐다.
이에 A씨는 전 부인 B씨를 상대로 양육비 1억8950만원을 달라는 가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이혼 후 배추·수박 장사 등 노점상을 운영하며 어렵게 어린 딸을 양육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법원에 낸 답변서를 통해 “양육비 청구는 부당하다”면서 “당시 전업주부로서 아이들을 내버려 둔 사실이 없고, 전 남편이 집에서 쫓아내다시피 하며 나와 아이들의 물리적 접촉을 막았다”고 반박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부모는 미성년자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그 양육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며 전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이번 소송은 ‘전북판 구하라 사건’으로 불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앞서 고(故) 구하라씨의 오빠는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모는 동생의 재산을 상속받을 자격이 없다”며 국회에 일명 ‘구하라법’ 입법 청원을 올린 바 있다. 이 청원은 10만명의 동의를 얻었으나, 20대 국회 처리는 불발됐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