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문화예술산업 육성 전심전력

입력 2020-06-25 15:33 수정 2020-06-26 04:16

광주 옛 도심 중심인 사직공원은 1960년대 말 사직동물원이 문을 열면서 시민들이 즐겨 찾던 나들이 명소다. 겨울철 함박눈이 내릴 때면 경사로에서 대나무로 만든 스케이트를 타고 노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수십 년간 전성기를 누리던 이 공원이 뜻밖의 악재를 만난 것은 1991년이다. 동물원이 우치공원으로 덩치를 키워 옮긴 이후 일대 상권이 급격히 쇠락한 것이다.

1990년대 말부터 생음악을 앞세운 음악카페가 하나 둘씩 들어서 ‘통기타 거리’가 형성됐지만 상권 확대는 한계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사직감성’을 덧칠하면서 사직공원은 색다른 문화특구로 힘찬 도약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진흥원은 상권을 살리면서 정보·문화 산업도 육성하는 일석이조를 꾀하고 있다.

사직공원의 경우 진흥원은 우선 IT(정보통신)산업을 접목한 야간 감성조명 등으로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옛 광주KBS사옥을 보수해 문을 연 광주음악산업진흥센터에서 세대맞춤형 음악감상 소모임 행사를 열어 사직공원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직감성:가을, 그 감성-대학가요제’를 개최한 데 이어 25일에는 ‘사직감성-여기는 사직라디오입니다’ 프로그램의 첫선을 보였다. 코로나19의 와중에서 진흥센터를 찾은 참석자들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대중음악인과 음악애호가들의 소통을 위한 이 행사에 환호했다.

이들은 2만여 장의 LP(Long Playing record·일명 블랙디스크) 가운데 각자의 사연이 담긴 곡을 골라 들으며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추억의 음악여행을 즐겼다. 사직공원 영세상인들도 추억의 음악과 함께 과거로 떠나는 이 행사가 상권부활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사직감성…’은 국내외 유명가수들의 음악과 활동상, 유신 시절 금지곡, 나라별 대중가요, 대학가요제 등 다양한 음악 관련 행사로 향후에도 시민들을 찾아간다.

진흥원은 앞서 20일과 21일 소자본 독립영화 육성 차원에서 ‘광주독립영화축제’를 가졌다. 독립영화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이 영화축제에서는 주민참여형 ‘마을영화’도 상영돼 눈길을 끌었다.

중흥동 주민들이 현재 진행 중인 재개발 사업을 소재로 한 영화에 직접 출연하고 편집·제작에도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사직감성…’ 시리즈 행사는 ‘거리두기 객석제’ 등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준수한 채 진행됐다.

광주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은 “시 산하기관인 진흥원이 민선7기 이후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스스로 문턱을 낮추고 시민들의 문화향유권 확대에 앞장서는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며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개성 넘치는 맞춤형 감성자극 문화행사로 코로나19 장기화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그나마 문화의 향기를 잊지 않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 실물경제 안목이 뛰어난 대기업 임원출신을 진흥원 ‘수장’으로 과감히 영입한 것도 시의적절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IT기반 문화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ICT산업 육성, 콘텐츠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2002년 설립됐다.

연간 300억여 원의 예산으로 실감콘텐츠 제작을 위한 클러스터 조성, 인공지능 기반 과학기술창업단지 조성 등 지역 문화콘텐츠 제작기업 지원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탁용석 원장은 “지역의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창업의 꿈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며 “전문성을 살린 다양한 문화사업을 다채롭게 발굴해 문화수도로서의 성장토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