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부터 술판 벌이는 주민센터” 사회복무요원 폭로

입력 2020-06-25 14:32 수정 2020-06-25 16:31
청원인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주민센터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술을 마시고 마스크를 빼돌리는 등 근무태만과 비리를 일삼았다는 사회복무요원의 폭로가 나왔다. 하지만 주민센터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전북 전주시의 한 주민센터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힌 사회복무요원 A씨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8개월간 근무하면서 수많은 부정을 목격했다”며 운을 뗐다.

사회복무요원이 폭로한 직원들의 근무태만은 10가지였다. A씨는 “주무관들이 00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반납을 요청한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검은 봉투에 담아 빼돌렸다. 주민센터의 르노삼성 전기차와 트럭 관용차를 이용하여 매일같이 카페를 들르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며 “또 저녁 6시에 퇴근한 뒤 저녁을 먹고 돌아와서 지문을 인식시킨 뒤 퇴근하는 것도 자주 목격했다”고 폭로했다.

청원인은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이같은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하지만 주민센터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A씨는 이어 “모유 수유를 해야 할 공간에서 남자 주무관이 이불을 깔고 쉬거나 낮잠을 잤다. 사회복무요원 금지 업무인 금전 출납업무와 개인정보 관련 업무를 강요했다”며 “전주시 소식지인 ‘전주다움’을 모든 통과 반에 배부해야 하지만 통장들이 무겁다는 이유로 쓰레기장에 수백개를 버렸다. 코로나 포스터도 수십장 버렸다”고 적었다.

A씨는 또 “주무관들이 00동 주민센터 2층 청사 내에서 근무시간인 오후 3시10분부터 준비를 하고, 오후 5시부터 고기와 술을 먹기 시작했다. 00동 주민센터 주무관은 근무시간 중 휴대폰 게임이나 유튜브 시청, 카카오톡 등 자주 근무 태만을 했다”고 썼다.

A씨는 마지막으로 “축산업 민원인에게 드려야 할 중국산 파란색 일회용 마스크를 00동 주민센터의 한 주무관이 자기 책상에 넣어 빼돌렸다.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에 위치한 푸드뱅크에서 받아온 음식들을 어려운 동민에게 나누어주지 않고 일부는 주무관들이 먹어버렸다. 어려운 동민에게 드려야 할 식초 음료는 주무관들의 불찰로 유통기한이 지나 모두 버렸다”고 폭로했다.

A씨는 “구청에 감사를 수시로 요청했으나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으니 꼭 감사원 감사를 받아 징계하게 해달라”며 글을 맺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한중희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장은 이날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들이 마스크를 빼돌렸다거나 근무 중에 바비큐 파티를 했다는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 동장은 “낮에 통장들과 술을 먹었다는 주장도 근무가 끝난 오후 6시 이후였고 공무원들은 7시에나 저녁을 먹었다”며 “관보 또한 통장에게 제대로 배부했고 시일이 지난 과거 관보를 폐기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현재 감사원 지시로 전주시 감사관실과 전북도 인권담당관실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 동장은 문제를 제기한 공익요원의 불성실한 근무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공익요원은) 발령받을 때도 공무원들과 여러 트러블이 있었다”며 “그동안 참고 그랬는데 이제는 허위사실공표 등으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한 동장의 기자회견을 재차 반박했다. A씨는 같은 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모든 비리를 직접 눈으로 봤고 사진과 녹취를 통해 기록했다”며 “이를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모두 ‘아니다’라고 부인만 하니 기가 찰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주민센터 내에 폐쇄회로(CC)TV가 있기 때문에 그걸 확인하면 모든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공무원들이 CCTV를 삭제하기 전에 감사원에서 이를 확보해 분석하면 된다”고 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