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코 등 기존 민간사 지원 방식
박원순·이재명 ‘대안 배달앱’ 경쟁
독점 논란에 휩싸인 ‘배달의 민족(배민)’ ‘요기요’ 등 공룡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대항마가 출시된다. 서울시가 국내 중소형 배달앱 업체 10곳과 손잡고 ‘높은 소비자 할인율’과 ‘낮은 음식점 수수료’를 갖춘 배달앱을 선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5일 국회에서 페이코 등 배달앱 업체 10곳과 ‘제로페이 기반 제로배달 유니온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앞서 배민 등 거대 배달앱들의 높은 수수료(중개수수료, 광고료를 포함한 음식점 부담액 전부) 책정에 자영업자들이 부담스러워하자, 수수료가 낮은 ‘대안 배달앱’을 띄운 것이다.
박 시장은 “독점적 기업들이 음식점에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 소상공인들의 삶을 위태롭게 만들었다”며 “결국은 소비자의 이익까지 해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달앱 성장이 가져온 부가가치가 독점 기업만이 아닌 소상공인들에게 골고루 분배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대안 배달앱’ 활성화의 핵심 전제조건인 소비자 유인 방안을 마련했다. 소비자들은 이르면 오는 9월부터 페이코 등 10개 국내 중소형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서울시 모바일 지역화폐 서울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서울사랑상품권은 평소 액면가의 7~10%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되고 있어, 상품권으로 배달음식을 시키면 최소 7% 할인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동안 편의점 등 오프라인 제로페이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상품권의 사용처를 온라인으로 확대한 셈이다. 현재 서울시민 120만여명, 시내 가맹점 25만여곳이 오프라인 상품권 거래를 이용해왔다. 상품권의 할인율 7~10%는 ‘배민페이포인트’ 적립률인 0.5~1%보다 높다.
서울시는 또 다른 전제조건인 가맹점(배달음식점) 모집 방안도 마련했다. 시내 오프라인 제로페이 가맹점 25만곳을 대상으로 ‘배달앱 가입 안내문’을 발송하고, 가맹 가입과 배달앱 설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대안 배달앱 이용이 활성화할수록 소상공인들은 비용 절감 혜택을 보게 된다. 이번 MOU 참여 배달앱 10곳은 모두 앞으로도 수수료를 2% 이하로 고정하기로 했다. 배민 등의 수수료는 6~12%에 이른다.
배민 등의 ‘할인쿠폰 공세’는 변수다. 이들은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들인 할인 혜택으로 소비자를 유치해왔다. 단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MOU로 대안 배달앱들이 소비자·가맹점 유치 마케팅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을 것”이라며 “아낀 자금을 활용해 추가 소비자 할인 혜택을 제공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오는 7~8월 지역화폐 결제 배달앱 참여사 추가 모집, 결제 시스템 구축 등을 거쳐 9월 내 실제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차기 대권 경쟁자인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소상공인·배달앱 갈등’ 해결책을 두고서도 경쟁하게 됐다. 서울시는 공공 예산 투입 없이 기존 중소형 민간앱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식을, 이 지사는 공공이 예산을 들여 직접 운영하는 공공배달앱 신설 방식을 택했다. 공공배달앱은 지방자치단체 권한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공기관의 시장 개입 적절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한편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화폐 배달앱 법’을 발의했다. 중소 배달앱의 지역화폐 결제 활용 근거를 명확히 하고, 수수료 인상에 상한선을 둔다는 내용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