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작뮤지컬 ‘엑스칼리버’가 미국의 공연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브로드웨이 온 디멘드’(Broadway on demand)를 통해 공개된다. 브로드웨이 온 디멘드는 27일(현지시간) 한국 EMK뮤지컬컴퍼니의 ‘엑스칼리버’를 서비스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24일 회원들에게 보내는 한편 홈페이지에도 공개했다. ‘엑스칼리버’가 한국 창작뮤지컬의 세계화 및 유료화에 분기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초연된 ‘엑스칼리버’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대본가 이반 멘첼 등이 참여한 작품으로 배우 75명, 연주자 28명이 등장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영상은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공연 실황으로 카이(아더), 박강현(랜슬럿), 김소향(기네비어) 등이 주역을 맡은 버전이다. 7월 2일 예술의전당의 영상화사업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의 일환으로 국내에 중계된 적 있다. 브로드웨이 온 디멘드에서 선보이는 영상 하단에 영어 자막이 포함되며 5.99달러(약 7200원)의 가격으로 27일 오후 8시(미국 동부시간)부터 48시간 공개된다. 이번에는 미국, 영국과 유럽에서만 시청이 가능하다.
브로드웨이 온 디멘드는 SNS 계정을 통해 “해외의 한국 뮤지컬 팬들의 요청으로 브라질, 남미, 중동, 인도 지역에 순차적으로 서비스가 오픈되며 한국 등 아시아에서도 오픈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공연 영상이 처음 스트리밍 되는 동안 소셜미디어를 통해 채팅 등도 가능하다. 이후엔 7월 11일까지 VOD(주문형 비디오)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중국, 대만과 일본에서 한류 붐을 타고 관심을 받아온 ‘K뮤지컬’, 즉 한국의 창작뮤지컬이 ‘뮤지컬의 본거지’인 영미권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주목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엑스칼리버’ 영상은 브로드웨이 온 디멘드 앱을 다운로드하거나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을 통해 브로드웨이 온 디멘드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엑스칼리버’의 영상 첫 공개를 앞두고 사전 이벤트로 27일 오후 7시30분부터 작곡가 와일드혼과 초연 멤버들의 인터뷰가 공개된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잘 알려진 와일드혼은 그동안 EMK의 또다른 창작뮤지컬 ‘마타하리’ ‘웃는 남자’도 작곡을 맡아 한국 뮤지컬계 상황에 친숙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세계적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 공연영상의 온라인 스트리밍이 붐을 이루는 가운데 유료화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유료화가 쉽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EMK의 창작뮤지컬이 가장 가능성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와일드혼 등 국내외 유명 창작자들을 기용해 초연부터 작품의 완성도를 높히는 것은 물론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한편 김준수 박효신 옥주현 등 K팝스타나 팬덤이 두터운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때문이다. 실례로 EMK가 예술의전당의 싹 온 스크린으로 선보인 ‘웃는 남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국내 영화관 메가박스에서 287회 상영되는 동안 점유율 100%를 기록하며 1억72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다만 싹 온 스크린이 소외층 지원을 위해 국고 지원을 받아 설계된 만큼 EMK나 예술의전당 모두 수익을 가질 수 없어서 공익 목적으로 기부됐다. 하지만 국외에서 유료가 가능하도록 한 계약에 따라 앞서 ‘웃는 남자’는 일본에서 특별 유료 상영을 가졌는데, 당시에도 만석을 기록한 바 있다.
한편 브로드웨이 온 디멘드는 지난 5월 17일 미국에서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한 공연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6월 말까지 런칭 기념 영상을 내보내고 있으며 9월 정식 오픈한다. 미국에는 공연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으로는 ‘브로드웨이HD’가 있는데, 주로 영미권 뮤지컬과 연극 그리고 콘서트 실황 등을 선보여 왔다. 브로드웨이 온 디멘드는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영미권 외에 전 세계 공연제작사에 제휴 제안을 했다. 한국에서는 EMK뮤지컬컴퍼니가 브로드웨이 온 디멘드의 제안을 받았으며, ‘엑스칼리버’는 해외 콘텐츠 가운데 처음으로 브로드웨이 온 디멘드에서 스트리밍 되는 작품이다. ‘엑스칼리버’는 7월 17~19일 대만 타이중 국립극장에서 특별상영회도 예정돼 있다.
EMK인터내셔널의 김지원 대표는 오는 9월 브로드웨이 온 디멘드가 정식 오픈할 때 런칭되는 ‘K-씨어터’의 프로그래밍 디렉터를 맡았다. 김 대표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문화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뮤지컬 등 무대예술 분야에서 온라인 유료 서비스 등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기를 바란다”면서 “‘엑스칼리버’를 시작으로 소극장 공연 등도 포함한 한국의 우수한 창작 뮤지컬들을 브로드웨이 온 디멘드에서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