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인사청문회 비공개법’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도덕적 허무주의’에 빠졌다며 비난했다.
특히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개혁의 주체라고 깨끗한 척하는 꼴만은 보고 싶지 않다. ‘우리도 실은 잡놈입니다’라고 고백하고 철판을 깔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진 전 교수는 24일 오후 페이스북에 “청와대에 들어간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는 자신들은 최소한 이명박-박근혜 정권 사람들보다는 깨끗하다고 확신했고, 청와대에서 권력을 이용해 장난을 쳐도 앞의 두 정권보다는 자신들이 더 낫다고 믿었을 테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이 문제였다”면서 “자신들을 개혁의 ‘주체’로만 생각했지, 자신들이 이미 오래전에 개혁의 ‘대상’, 청산해야 할 적폐로 변했다는 생각을 아예 못했던 거다. 그래서 그 개혁의 ‘형식’에 발목이 잡혀버린 상황이 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집권 직후 의기양양하게 ‘공직 임명 5대 기준’ 만들었던 것을 기억할 거다. 그때만 해도 ‘과거의 정부와 다르다. 우리는 깨끗하다’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던 것”이라며 “문제는 그 기준에 맞는 사람이 그 진영에 하나도 없었다는 거다. 그래서 그걸 이리저리 완화해 7대 기준이던가? 부랴부랴 새 기준을 만드는 소동을 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초기 고위공무원 5대 인사원칙(병역기피·위장전입·세금탈루·논문표절·부동산투기 발견 시 임용 배제)을 제시했다. 그러나 장관급 청문회에서 위장 전입 등의 의혹이 불거지자 음주운전과 성범죄를 더해 7대 인사 기준을 만들었다.
진 전 교수는 “기준을 아무리 느슨하게 해도 사람을 찾을 수가 없던 것”이라며 “결국 아예 ‘기준’ 자체를 포기하게 되고, 그 첫 사례가 조국, 둘째 사례가 윤미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표방하던 정권이 결국 공직 임명에서 도덕적 허무주의에 빠져버린 것”이라며 “도덕적 허무주의를 아예 제도화하려는 시도가 바로 홍영표 의원이 발의한 ‘인사청문회 비공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지난 22일 현행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하고 공직윤리청문회는 비공개한다는 내용을 담은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진 전 교수는 “조국 사태를 보라. 검찰에서 기소했는데도 임명을 강행했다. 대한민국의 어느 사정 기관이 감히 ‘대통령의 인사권에 도전’하는 보고서를 내겠느냐”며 “결국 남은 것은 언론인데, 인사청문회를 비공개로 하면 그나마 언론에 의한 검증도 못 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왕 도덕적 허무주의의 길로 들어섰으니, 그냥 인사청문회 폐지법을 내라”며 “그러면 최소한 정직하다는 소리는 들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건 몰라도, 주제 파악은 했으면 한다.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개혁의 주체라고 깨끗한 척하는 꼴만은 보고 싶지 않다”며 “그냥, ‘예, 우리도 실은 잡놈입니다’라고 정직하게 고백을 하고, 그냥 얼굴에 철판을 깔라. 그럼 조금은 덜 역겹겠다”고 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