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범 안인득(43)의 형량이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상황을 두고 “5명 살인하고도 사형받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24일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2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고 심신미약을 인정한 이유를 분석했다. 그는 “1심 재판부는 ‘조현병이 있어도 우발적이거나 무계획적인 범죄 행위로 보이지 않는다.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형사책임을 묻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항소심 재판부가 안인득의 범행 당시 정신 상태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조현병이 있다고 해도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로 특정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니다 보니 영미권 국가 같으면 조현병이 있더라도 형사책임을 물을 만한 케이스다”며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그런 전례들이 많지 않고, 정신병 또는 정신질환에 대해 굉장히 보호주의적 입장을 취한다. 사형선고를 조현병 환자에게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재판부의 고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진행자가 “검찰이나 유족은 ‘방화를 한 뒤 목이나 머리 등 급소만 찔렀는데, 이게 어떻게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냐’고 주장한다. 대법원에서도 다툼의 여지가 있겠다”고 말하자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인명피해를 3명 이상 내면 지금까지 (사형선고가) 다 나왔다. 안인득은 5명을 살해했는데 사형선고가 나오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심신미약 감형 조항’ 폐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정말로 의사결정 능력에 문제가 있는 분들이 계신다. 거의 정신을 잃다시피 한 상황에서 흉기를 무차별적으로 휘두른다거나, 이런 분들도 가끔 있다”며 “그런 경우까지 마치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사건을 벌인 것처럼 처벌하면 안 된다. 심신미약은 범행 당시에 어떤 행각을 보고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인득은 지난해 4월 17일 경남 진주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입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5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는 지난 24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인득의 범행 내용을 종합해 보면 사형을 선고하는 게 맞지만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해 감경한다”며 “정신감정 결과 피해망상과 관계망상이 심각해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잔혹한 범행이지만 사물 변별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형을 감경해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