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돈 안 내는’ 독일서 ‘돈 잘 내는’ 폴란드로 미군 재배치

입력 2020-06-25 07:40 수정 2020-06-25 08:30
트럼프 “주독미군 일부, 폴란드에 재배치될 것”
“폴란드가 추가 배치 물었고, 그들은 지불할 것”
“독일, 러시아에 돈 써…미국, 러시아로부터 독일 보호”
주한미군 감축 우려 ‘여전’…한미 방위비 협상도 부담
28일 폴란드 대선…트럼프, ‘폴란드 대선 개입’ 논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이 감축키로 결정한 독일 주둔 미군의 일부를 폴란드에 재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콤한 관계를 맺고 있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폴란드에 미군을 추가 주둔시키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방위비를 덜 내는 독일에서 방위비를 잘 내는 폴란드로 미군 일부가 이동하는 것이다.

주독미군의 감축과 감축된 일부 미군 병력의 폴란드 재배치가 가시화되면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28일엔 폴란드에서 대선이 실시된다. 폴란드 대선을 나흘 앞둔 이날 백악관에서 미·폴란드 정상회담이 열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절친’인 두다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을 주기위해 부적절한 회동을 강행했다는 비판도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두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독일에 주둔하는 우리 군대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 중 일부는 조국(미국)으로 돌아오고, 일부는 다른 곳에 재배치될 것”이라며 “폴란드는 (주독미군) 재배치 지역의 한 곳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들(폴란드)은 우리에게 추가 파병을 할 수 있는지 물었고, 그들은 이에 대해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폴란드 매체를 인용해 폴란드 추가 배치 미군 규모가 2000명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폴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중이 2% 이상인 8개 국가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에게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2% 이상으로 올리라는 압박을 계속 가하고 있다. 그는 이날도 독일 등 2% 기준을 달성하지 못한 나토 회원국들을 ‘빚쟁이’처럼 묘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을 지목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면서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쓴다. 이 모든 게 뭐냐”고 비아냥 댔다. 그러면서 “그들(독일)은 러시아에 수십억 달러를 쓰는데,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독일이 충분한 방위비를 내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주독미군 9500명 감축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도 주독미군을 재배치하겠다는 방침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독미군 미군 감축의 결정적 이유가 독일의 낮은 방위비 분담금 때문이라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문제 삼아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역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무기로 한국에 과도한 방위비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 공개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불만을 여러 번 토로했던 것도 한국으로선 부담스런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다 대통령과 밀월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정상이 만난 것은 이번이 최소 다섯 번째로 전했다.

특히 2019년 9월 23일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렸던 미·폴란드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두다 대통령은 폴란드 주둔 미군을 1000명 더 늘리는 데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폴란드는 모든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며 “왜 독일은 (방위비에) 돈을 더 쓰지 않느냐. 프랑스는 왜 더 쓰지 않느냐”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2018년 9월 18일 백악관에서 열렸던 미·폴란드 정상회담에선 두다 대통령이 미국이 폴란드에 미군을 영구 주둔시키는데 20억 달러(2조 4000억원)을 내겠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다 대통령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다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을 찾은 외국 정상이 됐다.

이번 미·폴란드 백악관 정상회담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28일에 폴란드 대선이 실시되기 때문이다. 폴란드에선 당초 지난 5월 10일 대선이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조치들이 시행되면서 대선이 6월 28일로 연기됐다.

미국 민주당과 폴란드 야당들은 이번 미·폴란드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절친’ 두다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해 폴란드 대선에 개입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특히 2015년에 대통령 취임한 두다 대통령이 사법과 언론 분야를 포함한 폴란드 시민사회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는 조치를 밀어붙이는 독재자라고 비판한다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