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
“볼턴 회고록, 한·미 긴장 ‘불길’에 기름 붓는 효과”
“한·미 수습 가능…금간 신뢰·방위비 협상 등은 부담”
“북한 도발에도 트럼프, 한국에 방위비 압력 안 줄일 것”
“위기 높아지면, 미국서 주한미군 철수 주장 거세질 수도”
“북한 자극할 우려…한미 연합훈련 재개해선 안 돼”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은 24일(현지시간) “북한이 존 볼턴 백악관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에 쓴 내용을 이용해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이간질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우스 국장은 “볼턴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매달리면서 한국 정부를 경시하는 듯한 내용을 폭로했다”면서 “볼턴 회고록은 한·미 긴장이라는 불길에 기름을 붓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우스 국장은 “한·미가 볼턴 회고록 파장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한·미 사이의 신뢰에 금이 간 부분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어려운 숙제들을 깔려 있는 것이 부담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우스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와 ‘거래’를 구분하기 때문에 북한이 남한을 겨냥한 도발 수위를 높여도 한국에 대한 방위비 인상 압력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히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경우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라는 압력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우스 국장은 20년 넘게 북한을 연구한 한반도 전문가다. 그는 북한과 관련한 저서 3권을 출간하기도 했다.
가우스 국장은 보수적 풍토가 지배하는 워싱턴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에 반대하는 몇 안 되는 한반도 전문가다. 그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는 북한을 자극하고, 한반도에서 불필요한 긴장을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가우스 국장과 23∼24일 전화·이메일를 가졌다. 국민일보는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과 가우스 국장에 이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계속 게재할 예정이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볼턴 회고록이 남·북·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볼턴 회고록은 한·미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청와대는 이미 특정 사안에 대한 볼턴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 책은 한·미 긴장이라는 불길에 기름을 붓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북한과의 대화에 매달리면서 한국 정부를 경시하는 듯한 태도를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에 문재인 대통령이 동행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이 대표적이다.
볼턴 회고록은 특히 한·미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북한의 시도를 더욱 쉽게 만들어 줄 것이다. 또 볼턴 회고록으로 인해 한국에서 보수·진보 갈등이 표출되는 것도 북한이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볼턴이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폄하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회고록 내용을 보면, 볼턴은 자신을 트위터로 경질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느껴진다. 볼턴 회고록에서는 또 북한과의 대화 노력에 전력을 다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도 뚜렷하게 읽혀진다.
볼턴은 한·미 양쪽에서 모두 신뢰를 받지 못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한·미가 볼턴 회고록 파장을 수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일정 정도 한·미 사이의 신뢰에 금이 간 부분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어려운 숙제들을 깔려 있는 것이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일본에서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올해 대선에서 자신이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미국 언론에서는 ‘중국 스캔들’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이 부분이 미국 대선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내가 외교안보 전문가지만, 미국 대선에서 외교안보 이슈는 먹히지 않는다. 지식인층에서는 이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노동자·농민 등 보통의 미국 유권자들은 외교안보 이슈에 관심이 없다. 그들에겐 자신의 월급과 농산물 물가, 의료보험 등이 더 중요하다. 언론의 주장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했다는 얘기는 대선에서 파괴력을 갖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전격 보류하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가 일단은 낮아졌다. 북한이 계속적인 도발을 감행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주한미군 분담금 압력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이슈와 ‘거래’ 이슈를 분리한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긴장이라는 안보 이슈와 주한미군이라는 거래 이슈를 별개로 접근하고 있다.
오히려 북한이 남한에 대한 도발 수위를 높일 경우 미국 내에서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라는 압력이 더 거세질 수 있다. 이런 여론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의 도발로 중단되거나 축소됐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돼야 한다고 보는가.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돼서는 안 된다.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북한을 자극할 어떠한 이유가 없다. 지금처럼 절제된(low key) 상태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이어가야 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