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선거일이면 트럼프 확실히 패배”
2016년 대선 결과 반영하면 ‘170대 368’로 더 벌어져
선거까지 5개월, 트럼프 사방이 난제
‘204대 248’
오는 11월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만약 지금 치러진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각각 확보할 것으로 미국 CNN방송이 예측한 선거인단 숫자다. 유권자들이 선거인단을 뽑고 선거인단이 다시 대통령을 선출하는 미국에서는 대선에서 이기려면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명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선거인단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주요 정치분석가인 에이미 월터와 네이트 실버는 지난 1주일 동안 업데이트된 선거 지도를 공개했다. CNN이 23일(현지시간) 보도한 선거 지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확보한 선거인단은 204명, 바이든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248명으로 예측됐다.
월터는 “선거가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있어 심각한 약자(severe underdog)”라고 분석했다. 이어 “선거에서 이기려면 바이든 후보는 경합주에서 26%만 승리하면 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75%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며 “바이든이 승리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버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여론조사가 실시되지 않은 주에서 2016년 대선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가정하면 바이든은 368명을, 트럼프는 1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온다”고 분석했다.
CNN은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만약 오늘 선거가 치러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반 투표와 선거인단 투표에서 확실히 패배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좋은 소식은 선거일이 아직 멀었다는 것”이라며 평가했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이겼던 미시간, 펜실베니아 같은 전통적인 민주당 성향의 주가 이번 선거에서 원래대로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애리조나와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같은 공화당 텃밭도 바이든 후보에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선거인단은 주(州) 인구에 비례해 배정된다.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는 55명, 알래스카는 3명으로 차이가 난다. 주에서 한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구조다. 단 메인주와 네브라스카주는 득표율대로 선거인단을 나눠 갖는다.
미 대선까지는 5개월이 남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겐 사방이 난제다. 코로나19 부실 대응과 인종차별 반대시위 과잉 진압으로 지지율이 빠진 데다 최근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폭로로 수세에 몰렸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다. 미국에선 최근 남서부 주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재가동 방침에 적극 호응한 곳들인데, 이제는 이런 주조차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놓고 백악관과 다른 길을 가려 한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플로리다와 텍사스, 애리조나 3개 주는 지난 2주간 감염자가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의 주축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 3개 주를 언급하며 “향후 2주가 중대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이런 가운데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연방하원의원 후보를 뽑는 공화당 경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가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당내에서조차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노스캐롤라이나주 제11선거구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린다 베넷 후보가 떨어졌다. 폴리티코는 지역 단위 선거에서 자신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모두 당선됐다고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결과는 큰 충격일 것이라고 전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