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측이 검찰의 ‘연희동 자택’ 압류에 반발해 제기한 소송이 1년여 만에 다시 열렸다. 전씨의 자택을 추징한 근거가 된 ‘전두환 추징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지난 2월 합헌이라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과 전씨 측은 연희동 자택의 기부채납 논의에 대해서는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24일 전씨 부인 이순자씨와 셋째 며느리 이윤혜씨 등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등 부동산에 대한 압류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이의신청 재판을 진행했다. 지난해 4월 이후 공전됐던 재판이 1년 2개월 만에 재개된 것이다.
전씨는 1997년 4월 내란·뇌물수수 등 혐의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 받았다. 그는 특별사면된 이후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2013년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을 꾸려 전씨의 재산 환수에 착수했다. 그가 아직 납부하지 않은 추징금은 1005억여원에 달한다.
연희동 자택은 ‘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 따라 강제집행 대상이 됐다. 실제 압류 처분이 이뤄지자 전씨 측은 2018년 12월 재판 집행에 관한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이번 재판은 헌재가 지난 2월 27일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된 공무원범죄몰수법 9조의2에 대해 6대 3으로 합헌 결정을 하면서 재개됐다. 공무원 범죄와 무관한 제3자라도 불법 재산임을 알면서 취득했다면 재판 없이 검사의 판단만으로 추징할 수 있게 한 조항이었다. 이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던 전씨 측의 재판도 다시 열리게 됐다.
전씨 측 재산에 대해 진행 중인 재판은 총 3건이다. 각각 연희동 자택 본채와 정원에 대한 사건 1건, 별채에 대한 사건 1건, 이태원 빌라와 경기도 오산 임야에 대한 사건 1건이다. 전씨의 연희동 자택은 부인 이씨 명의로 돼 있다. 별채는 며느리 이씨, 정원 부지는 전씨의 전 비서관 소유로 알려졌다. 이태원 빌라 등에 관해서는 재산을 신탁받은 자산신탁회사가 2016년 소송을 냈다.
이날 재판은 검찰이 “추가 증거자료와 법리적으로 다투는 부분을 보강하려 한다”며 자료를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 공전됐다. 앞서 사건을 맡았던 검찰 측 관계자가 바뀌면서 제대로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기존 입장과 같이 전씨 측 재산에 대한 압류처분은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또 각 재산은 전씨가 뇌물로 받은 액수로 구입한 불법재산에 해당해 공무원범죄몰수법에 따라 추징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씨 측 정주교 변호사는 “검찰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앞서 헌재의 합헌 결정 직후 “헌재 결정을 따르더라도 연희동 자택은 불법재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태원 빌라 등과 관련된 신탁회사 측 대리인들도 “공무원범죄몰수법9조의2가 신설되기도 전에 압류가 이뤄졌다”며 “위법한 압류집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같은 취지로 항소심에서 무효 판단을 받았고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인 점도 언급했다. 재판부도 “불법재산인 점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며 검찰의 추가 소명을 요청했다.
검찰이 지난해 3월 법정에서 언급했던 연희동 자택의 기부채납에 대한 논의는 진척되지 못했다. 검찰은 당시 2013년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재산 기부채납 의사를 밝히고 자필 진술서를 냈다며 기록을 공개했었다.
재판부는 이날 “지난번에 참석했던 검사가 변호인 측과 기부채납에 관한 협의를 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이에 검찰은 “변호인 측이 시간이 지나도록 명확히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전 전 대통령 측 정 변호사는 그에 대해 따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재판 종료 후 기부채납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기부채납은 법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위법한 방법”이라고 일축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해 4월 재판에서 “기부채납할 경우 무상 거주 기간이 5년으로 제한되고 1회 연장만 가능하다”며 “생존시까지 무상 거주 조건이 충족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