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1만원↓” 민주노총 “1만770원”… 최저임금 노노 갈등

입력 2020-06-24 17:39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오른쪽)과 이동호 사무총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연합.

한국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을 1만원 이하로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올해보다 25.4% 인상한 1만770원을 재차 요구하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강대강’으로 대치하는 양대 노총이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이하와 관련해 언론(국민일보)에 얘기했고, 그것 내에서 지켜질 것”이라고 밝혔다(국민일보 6월 23일자 2면 참조).

앞서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 간사를 맡은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1만원까지 제시하려면 인상률이 16.4%를 넘겨야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정국을 고려해 1만원을 제시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이 입장을 공식화한 셈이다.

김동명 위원장은 최근 민주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 1만770원을 발표한 데 대해 “역대로 양대 노총과 시민사회단체는 공동의 인상률과 요구안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런 관례를 깨고 25.4% 인상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발표 직후 (민주노총이) 비공식적으로 사과와 유감을 전해오긴 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민주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25.4% 인상을 꼭 관철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열린 결의대회에서 “최저임금 1만원으로는 최소 생활비를 충족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최저임금으로 먹고 살기 위해서는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그 결과가 올해 민주노총이 제시한 월 225만원 최저임금”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대화도 파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동명 위원장은 “다가오는 6월 29일은 최저임금 심의의 법정 시한”이라며 “사회적 대화의 사실상 마지노선”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노총은 6월 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중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그때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더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도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사회적 대화의 성격과 취지를 무시하고 재난과 상관없는 평소 의제를 들고 나와 대화 진전을 가로막고 있으며 정부에는 기업 살리기를 위한 지원을, 노조에는 일방적 고통 분담과 임금 양보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부는 이런 노동계 불만을 의식하고 나름의 입장을 표명했지만 구체적 대안 없이 변죽만 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관계장관회의에서 “노사정 합의문이 사회적 대타협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며 “합의 도출을 위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노동계가 요구해온 해고금지, 총 고용보장,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재정 지원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 대학 노동전문 교수는 “노사 모두 수개월째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라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확실한 중재안을 마련해 노사 타협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필 김지애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