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코로나 충격 계속되면 76만 가구 1년 내 파산”

입력 2020-06-24 17:21 수정 2020-06-24 17:26
한산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국민일보 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지속될 경우 최대 76만 가구가 1년 내 파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4일 공개한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실직·매출 감소로 소득이 지출을 밑도는 가구를 ‘적자가구’로 정의하고, 이들 가구의 누적 적자액이 금융자산을 뛰어넘어 유동성 부족에 처하는 시점까지를 ‘감내기간’으로 정해 임금근로·자영업 가구의 부실 위험을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따른 실업 충격을 감내할 수 있는 기간이 1년 미만인 임금근로 가구는 45만8000가구로 추산됐다. 6개월도 버티지 못하는 임금근로 가구도 28만9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석에서 ‘실업 충격’은 실업률 상승폭이 과거 외환위기 수준(상용직 3.7%포인트·임시일용직 12.3%포인트)인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자영업자의 경우 30만1000가구가 매출 감소 충격을 버티지 못해 1년 내 유동성 부족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6개월 내 위기를 맞는 자영업자도 18만4000가구로 나타났다.

한은은 ‘매출 감소 충격’을 업종별 사업소득이 코로나19 확산 직후의 신용카드 매출액 변동률(전년 동기 대비)만큼 감소하는 경우로 정의했다.

감내기간이 1년이 안 되는 적자가구의 금융부채는 임금근로 가구의 경우 52조5000억원, 자영업 가구가 59조1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합산하면 약 111조6000억원에 달한다.

결국 한은의 분석대로라면, 임근근로자 45만8000가구와 자영업자 30만1000가구를 더해 75만9000가구가 1년 내 빚을 진 채 유동성 한계에 부닥친다는 얘기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고용 여건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나빠지면 임금근로가구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져 대출 부실이 많이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금융자산이 적은 임시일용직 가구는 상용직가구보다 단기간 내 부실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또 “자영업가구의 잠재부실 규모도 매출 충격이 장기화하면 숙박음식업 등을 중심으로 커질 것”이라며 “종합적 고용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자영업 업황 변화에 따라 금융지원 정책의 연장·확대 등으로 영세 자영업가구의 부실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