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영상녹화 증거능력 인정 안돼”… 검찰 입지 줄어드나

입력 2020-06-24 16:53

대법원이 검찰의 피의자 영상녹화물에 독자적 증거능력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대법원은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바로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이달 초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에 관한 입장 요구를 받고 “독자적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대법원은 영상녹화물이 수사과정에서 피의자 인권보장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수사기관에 유리한 진술 녹화제도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영상녹화물을 법정에 제출해 사용할 경우 ‘비디오 재판’이 될 위험성이 있어 공판중심주의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은 영상녹화물에 독자적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면 자백 또는 진술 위주의 잘못된 수사관행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제312조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해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그 내용을 인정해야만 증거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적법한 절차와 방법을 거쳐 조사를 작성했어도 피고인이 이를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검찰은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촬영한 영상 녹화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검찰은 사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한다. 피의자가 수사 단계에서 혐의를 인정했는데 돌연 재판에서 번복해 조서의 증거능력을 다 날린다면 결국 재판 과정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사건이 장기화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영상녹화물의 사용에 대해서는 “잘못된 수사관행이 근절 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과거 논란이 됐던 검찰의 자백 강요, 회유, 불필요한 구금자 소환 등의 수사 관행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