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처럼 美에 돌아온 ‘입국금지’… EU “미국인 입국 안돼”

입력 2020-06-24 16:30
미국 로스앤젤레스 톰 브래들리 공항에서 의료진이 탑승객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로 실시했던 국경 제한을 다음달 완화할 예정인 가운데 EU의 입국 허용 대상국 명단에서 미국은 빠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여전히 코로나19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EU가 입국 허용을 검토 중인 국가의 명단 초안에 미국, 브라질, 러시아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NYT는 “EU가 국가인구 10만명당 최근 2주간의 코로나19 신규 환자 수를 기준으로 입국 허용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10만명당 107명, 브라질은 190명, 러시아는 80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EU의 최근 2주간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6명이다.

특히 미국 남부에선 곳곳에서 일일 신규 확진자 수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애리조나 주에선 3591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전날 5019명의 확진자가 나오며 코로나19 사태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이클 오스터홀름 미네소타대 전염병연구정책센터장은 “2주 전엔 17개 주에서 환자가 늘고 있었는데 이제 25곳으로 늘었다”면서 “곧 더 많은 주에서 환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이날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당분간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아직 코로나19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유럽의 미국인 입국 불허 조치는 미국에 ‘부메랑’처럼 돌아온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 3월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미국과 중국간 신냉전 기류가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이 미국인 입국은 제한하고 중국은 입국 허용 대상에 포함시킬지도 관건이다. 중국은 코로나19 발생과 관련해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감염자 수를 조작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아달베르트 얀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대변인은 “이달 내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심도깊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미국이 입국 허용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이는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 큰 타격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했다는 표현”이라면서 “중국의 경우 우간다, 쿠바, 베트남 등의 개발도상국과 더불어 입국 허용국 명단에 포함돼 있지만 너무 위험해 보인다”고 풀이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