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예쁨보다 ‘멋쁨’이 좋아졌어요”[인터뷰]

입력 2020-06-24 16:29
엔터테인먼트 길 제공

SBS 월화드라마 ‘굿캐스팅’은 여성 배우 3인이 이끌었다. 최강희는 전설의 ‘블랙 요원’이었다가 현장 업무에서 배제된 백찬미를 연기했다. 데뷔 25년 만에 액션 연기에 도전했는데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여성들의 싸움은 뺨을 때리거나 머리끄덩이를 잡는 식이었다면, 최강희는 달랐다. 도복을 입고 상대를 엎어 치는가 하면 정자세로 총을 발사했고 덩치 좋은 사내를 단숨에 드러눕혔다. 그래서인지 첫 방송부터 줄곧 지상파 월화극 시청률 1위를 지켰다.

최강희는 최근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시청자를 실망하게 하지 말자는 각오로 달렸다”며 “인기의 원동력은 악을 부수는 시원함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공개 전부터 ‘대리만족’을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최강희는 이렇게 말했다. “힘센 사람(남자)들이 해결해주는 게 아니라 여자들이 직접 싸워요. 여자들이 싸우고 울고 이기고 하니까 시청자가 대리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원 없이 소리 지르고 싸우고 욕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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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찬미는 기지가 뛰어나고 겁 없는 국정원의 최정예 요원이지만 승진은 더뎠다. 하지만 굴하지 않았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부수고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는 반전을 위해 잠시 조직의 중심에서 물러나 교도소로 향했고 일부러 독방살이를 자처하면서 중요한 단서를 손에 쥐었다. 극 중 백찬미가 무수한 변화를 불러왔듯, 드라마의 흥행도 그가 중심을 잡아냈기에 가능했다.

최강희는 “드라마의 흥행과 시청자로부터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없던 것은 아니다”라며 “예뻐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멋있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변신을 온 가족이 반겼다. “지난 작품들은 가족들이 불편하게 봤어요. 이번 작품은 온 가족이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정말 편하게 즐겼다고 하더라고요. 조카부터 엄마까지. 그게 행복했어요.”

지금까지는 여자 주인공이 수동적이거나 의존적인 경우가 많았지만 백찬미는 달랐다. 최강희는 “이렇게 멋질 수가 있나. 찬미의 매력을 반도 못 담은 것 같다”며 “겉으론 투덜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의리 있고 다정한 스타일이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찬미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멋쁨(멋지고 예쁘다)이라는 수식어가 매우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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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터뷰 답변지에 대사 하나를 적어 보냈다. 여기서 백찬미의 매력이 드러난다. “강약 약강이 들은 깡으로 눌러줘야 해. 그래서 ‘아! 나 같은 찌질이는 진짜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고 깨닫게 해줘야 해.” 최강희는 이 대사를 할 때 가장 짜릿했다. 최강희가 백찬미를 대신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하면 돼요. 무조건 됩니다. 꼭 말로 해보세요. ‘무조건 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