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 무마 ‘키’ 지목 전 청와대 행정관 “공소사실 인정”

입력 2020-06-24 16:16
라임 사태 관련 뇌물 혐의 등을 받는 김 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 4월 18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금융감독원 내부 정보를 빼돌려 보여주고 그 대가로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 김모(46) 전 청와대 행정관이 첫 재판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행정관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김 전 행정관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피고인은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면서도 일부 혐의에 대해선 법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출신인 김 전 행정관은 2019년 2월부터 약 1년 동안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파견돼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은 라임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 문서 등 직무 관련 정보를 김 전 회장에게 제공하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5월 김 전 회장에게 금융감독기관의 동향 등 정보를 제공해준 대가로 스타모빌리티 법인카드를 받고 2700여만원 상당의 돈을 사용했다. 술값, 골프비용 등을 김 전 회장이 대신 납부하게 해 총 3700여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은 또 지난해 7월 라임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 관련 정보를 제공해달라는 김 전 회장의 청탁을 받고 그 다음달 금감원 내부 문서를 입수해 보여준 혐의를 받는다. 김 전 행정관은 그 대가로 자신의 동생을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해 동생에게 1900만원 상당의 급여를 지급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의 변호인은 뇌물수수 혐의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김봉현과는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오랜 친구관계였다”며 “사업이 잘나가는 친구에게 밥값, 술값 등을 제공받은 것에 대해서 거절하지 못한 점을 매우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동생을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로 선임하게 하고 급여를 받은 혐의에 대해선 대가성이 약하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변호인은 “동생이 사외이사로 선임될 만한 자격이 있고 (김 전 회장이) 의사소통이 잘 되는 사람을 이사로 앉히려고 했던 것”이라며 “동생이 사외이사로 일하고 급여를 받았을 뿐 뇌물이라고 보기엔 대가성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내부 문서를 유출한 혐의에 대해선 법리 다툼을 예고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김 전 회장에게 제공한 정보는 개인적으로 취득한 문서이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이 아니다”라면서 “평소 친분이 있던 금감원 직원에게 개인적으로 요청해 받은 문서”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 전 행정관이 금감원 직원 신분으로 청와대에 파견됐고 금감원 직원들도 그 권한에 따라 정보를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 친분으로 자료를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