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그 자체였던 수요일… 소녀상 없는 수요집회

입력 2020-06-24 15:39
정의기억연대가 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28년 동안 열리던 소녀상 옆이 아닌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1445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정기 수요시위를 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최현규 기자

보수성향 단체가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자리에 집회를 신고하면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28년 만에 처음으로 소녀상과 떨어져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소녀상 맞은 편에서는 보수성향 단체의 맞불집회가 열렸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의연은 이날 평화의소녀상에서 10여m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1445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1992년 1월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시작된 수요시위는 처음으로 소녀상 앞이 아닌 곳에서 열렸다.

정의기억연대가 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28년 동안 열리던 소녀상 옆이 아닌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1445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정기 수요시위를 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최현규 기자

장맛비가 쏟아져 내리는 가운데 200여명의 시민들이 집회에 참석했다. 오전부터 대학생 단체들과 일부 시민들은 ‘아베는 사과하라’ 등의 피켓을 들며 길거리를 가득 메웠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빗방울이 눈망울에 맺힌다. ‘평화의소녀상’을 가운데 두고 다가갈 수 없는 슬픔의 협곡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밀려나고 빼앗기고 탄압받고 가슴이 찢기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돼도 이 자리에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수‧길원옥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 생존자 17분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어지러운 시간을 잘 견디고 다시 우리 곁에 우뚝 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녀상을 두고 맞은편에는 보수성향 단체인 자유연대가 맞불집회를 이어갔다. 이 단체는 지난달 26일과 지난 6일 정의연보다 먼저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서울 종로경찰서에 신고한 바 있다. 자유연대는 다 음달 8일까지 소녀상 앞에서 매일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이따금씩 구호를 외치며 언쟁을 벌이기도 했으나 경찰의 즉각적인 제지로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400명의 경력을 투입했다.

대학생단체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10여명은 전날부터 소녀상을 둘러싼 채 밧줄로 서로의 몸을 끈으로 묶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들에게 수차례 해산을 명령했지만 이들은 이날 오후 현재까지도 농성 중이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