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감염됐다, 죄인이 됐다” 확진자의 편지

입력 2020-06-24 15:33
대전 코로나19 확진자의 편지. 허태정 대전시장 페이스북

“난 코로나에 감염된 피해자인데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죄인이 되었다. 나는 죄인입니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24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편지글 일부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확진자는 이 글에서 직장 동료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자신도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며 “이후 인터넷에 우리 가족의 신상이 공개됐고, 내가 신천지라거나 다단계라는 각종 유언비어가 나돌았다”고 적었다.

이어 “나는 수많은 사람에게 죄인이 됐다”면서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 이 아픔보다 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 생각에 마음이 더 아프고 우울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를 내가 만들어서 전파한 것도 아니고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 전염된 것인데…”라며 “그렇다면 나도 피해자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소속 학교나 직업 등 가족의 신상이 언론 보도를 통해 일부 공개되는 것과 관련 “그러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도움이라도 된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치료 같은 거 바라지 않는다”면서 “치료가 되었다 한들 시민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어떻게 고개를 들고 살 수 있단 말인가. 난 죄인”이라고 말했다.

허 시장은 이날 오전 비대면 온라인 브리핑에서도 이 글을 소개한 뒤 “확진자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 사례들이 있어 매우 안타깝다”며 “확진자도 시민이고 확진을 통해 충분히 고통을 받고 있으며, 고의로 걸린 게 아니기에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확진자의 편지글 중 일부

15일 저녁 사무실에 갔다. 조○○씨가 열이 나고 아프다 한다. 그리고 사흘 후 생각지도 못한 윤○○씨가 코로나 확진자란다.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난 아니겠지 했는데 나도 확진자란다. 인터넷에는 우리 가족 신상이 공개되었고 내가 신천지라는 둥, 다단계라는 둥 각종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중략-

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죄인이 되었다. 여기는 충대병원…. 머릿속이 어지럽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 이 아픔보다 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 생각에 마음이 더 아프고 우울하다.

모든 걸 여기서 마감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옥체험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누구의 잘못인가? 코로나를 내가 만들어서 전파한 것도 아니고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 전염이 된 건데… 그렇다면 나도 피해자 아니던가?

잘 모르는 시민들 댓글이야 그렇다 치고 텔레비전 뉴스에 동네를 찍어서 방영하고 우리 아들이 △△중학교 3학년이고 손주손자는 △△어린이집을 다니고 딸의 직업은 △△라고… 이렇게 뉴스에 내보내면 코로나 확진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단 말인가. 한가정을 아니 한동네를 죽이자는 것인가.

동네에 모든 가게가 텅텅 비었고 길가에 사람도 없다고 한다. 난 코로나에 감염된 죄인입니다. 치료 같은 거 바라지 않습니다.

치료가 되었다 한들 시민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고개 들고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인가. 난 코로나에 감염된 피해자인데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죄인이 되었다. 나는 죄인입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