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코로나에 감염된 피해자인데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죄인이 되었다. 나는 죄인입니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24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편지글 일부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확진자는 이 글에서 직장 동료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자신도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며 “이후 인터넷에 우리 가족의 신상이 공개됐고, 내가 신천지라거나 다단계라는 각종 유언비어가 나돌았다”고 적었다.
이어 “나는 수많은 사람에게 죄인이 됐다”면서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 이 아픔보다 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 생각에 마음이 더 아프고 우울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를 내가 만들어서 전파한 것도 아니고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 전염된 것인데…”라며 “그렇다면 나도 피해자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소속 학교나 직업 등 가족의 신상이 언론 보도를 통해 일부 공개되는 것과 관련 “그러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도움이라도 된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치료 같은 거 바라지 않는다”면서 “치료가 되었다 한들 시민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어떻게 고개를 들고 살 수 있단 말인가. 난 죄인”이라고 말했다.
허 시장은 이날 오전 비대면 온라인 브리핑에서도 이 글을 소개한 뒤 “확진자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 사례들이 있어 매우 안타깝다”며 “확진자도 시민이고 확진을 통해 충분히 고통을 받고 있으며, 고의로 걸린 게 아니기에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확진자의 편지글 중 일부
15일 저녁 사무실에 갔다. 조○○씨가 열이 나고 아프다 한다. 그리고 사흘 후 생각지도 못한 윤○○씨가 코로나 확진자란다.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난 아니겠지 했는데 나도 확진자란다. 인터넷에는 우리 가족 신상이 공개되었고 내가 신천지라는 둥, 다단계라는 둥 각종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중략- 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죄인이 되었다. 여기는 충대병원…. 머릿속이 어지럽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 이 아픔보다 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 생각에 마음이 더 아프고 우울하다. 모든 걸 여기서 마감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옥체험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누구의 잘못인가? 코로나를 내가 만들어서 전파한 것도 아니고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 전염이 된 건데… 그렇다면 나도 피해자 아니던가? 잘 모르는 시민들 댓글이야 그렇다 치고 텔레비전 뉴스에 동네를 찍어서 방영하고 우리 아들이 △△중학교 3학년이고 손주손자는 △△어린이집을 다니고 딸의 직업은 △△라고… 이렇게 뉴스에 내보내면 코로나 확진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단 말인가. 한가정을 아니 한동네를 죽이자는 것인가. 동네에 모든 가게가 텅텅 비었고 길가에 사람도 없다고 한다. 난 코로나에 감염된 죄인입니다. 치료 같은 거 바라지 않습니다. 치료가 되었다 한들 시민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고개 들고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인가. 난 코로나에 감염된 피해자인데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죄인이 되었다. 나는 죄인입니다. |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