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 보냈던 김정은 이번에도 급제동…한숨돌린 청와대

입력 2020-06-24 15:07

청와대는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 보류 지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다. 하지만 다행스럽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남북공동사무소 폭파,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 1부부장과 청와대의 설전 등 남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던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급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김 위원장이 지시와 관련 “아직 입장이 없다”거나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 지시 이후 북한이 대남 확성기 10여 개를 철거하고 한국 정부를 비난한 기사를 삭제했지만 일희일비하기보단 북한의 의도 파악과 상황 관리가 먼저라는 입장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에도 김여정 부부장이 청와대를 비난하는 담화를 내자 이틀 만에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코로나19와 관련해 문 대통령 건강에 대한 걱정을 전하며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고 했다. 이번에도 김 부부장이 주도한 대남 강경 기조를 김 위원장이 누그러뜨리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남북 관계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신뢰를 강조해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6·15 2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도 “한반도 정세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노력을 나는 잘 알고 있다”며 여전히 신뢰를 드러낸 바 있다. 청와대가 최근 김여정 부부장이 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한 것에 대해 “몰상식한 행위”라고 강력히 규탄할 때에도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직접 긴장 고조에 제동을 건 것은 향후 남북 관계에 긍정적 전망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대화와 협력을 기조로 당분간 상황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이번 지시가 긴장 완화로 이어질지, 일시적인 ‘전략적 제동’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 17일 외교 안보 원로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충격”이라고 말하면서도 “인내하면서 잘 관리해야 한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