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실, 세탁물 심부름…부회장 아들 ‘황제복무’ 의혹 중 사실은?

입력 2020-06-24 14:39 수정 2020-06-24 16:21
한 병사의 '황제 복무'를 폭로한 국민청원(왼쪽), 최영 전 나이스그룹 부회장.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뉴시스

공군이 최영 전 나이스그룹 부회장 아들의 황제복무 의혹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사실과 달랐다고 24일 밝혔다.

공군본부는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감찰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모 상병이 1인실을 쓰고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발표했다. 1인실 사용은 최 상병과 동료 병사들 간 생활관 냉방온도 설정을 두고 발생한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먼저, 갈등 해결을 위해 생활관 으뜸병사가 지난 1일 생활관 단독 사용을 건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지대장(소령)이 관리상의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다. 최 상병은 다음 날 두통과 고열을 호소하며 외진을 다녀왔고, 냉방병과 우울감에 대해 2주간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부대는 이에 3일부터 17일까지 2주간 생활관 단독 사용을 승인했다.

최 상병을 위해 샤워실을 보수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었다고 공군은 전했다. 전임 3여단장이 지난해 재임 중 주간참모회의 등을 통해 수차례 보수를 지시했고, 지난해 11월 3여단 군수처에서 공군본부에 긴요예산을 신청 후 이를 배정받아 같은 해 12월 개선공사를 완료했다는 것이다.

공군은 “전임 여단장은 해당 병사의 부모를 만난 적도, 통화를 한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따라서 생활관 샤워실 보수가 해당 병사 부모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최 상병이 특정 부대, 특정 부서로 배속받았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최 상병이 부사관을 시켜 세탁물을 반출하고 음용수를 반입했다는 의혹은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다만 이 역시 대가성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최 상병은 지난해 9월 부대 전입 이후 매주 주말 면회시간을 통해 부모에게 세탁물을 전달해왔다. 올해 2월 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면회가 금지되자 최 상병은 ‘피부질환(모낭염, 피부염) 때문에 생활관 공용세탁기 사용이 어려우니 부모님을 통해 자가에서 세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소속부서 간부에게 요청했다. 간부는 병사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자 3월부터 5월까지 13회에 걸쳐 세탁물을 전달해 준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공군은 “완료된 세탁물을 부모로부터 넘겨받아 다시 해당 병사에게 돌려주는 과정에서 세탁물 가방에 별도의 음용수가 함께 전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현재 군사경찰이 대가성 여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영 의혹도 사실이 아니었지만 외출 후 부대에 복귀하기 전 자가를 방문하는 등 일부 문제점이 드러났다. 최 상병은 9회에 걸쳐 외래진료 목적으로 외출을 했는데, 이 가운데 민간 진료 횟수가 7회였다. 모든 외출과 진료는 부서장 승인 하에 실시됐으나, 최 상병은 일부 외출 시 진료 후 바로 복귀하지 않고 자가를 방문했다. 군사경찰이 이 내용을 수사하고 있다.

공군은 이번 사건에 대해 “감찰조사를 통해 해당 부대의 병사에 대한 지휘감독 부실, 규정과 절차에 의한 업무수행 미숙 등이 식별됐다”며 “공군은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국민 눈높이에 부합할 수 있도록 재발 방지대책을 적극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력가 아들의 황제 복무를 폭로한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되며 논란이 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