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들이 ‘그동안 이 프로그램만 기다렸다’고 하더라고요. 오롯이 노래로만 대결할 수 있다는 게 이 오디션의 정체성이자 매력이죠.”
7년 만에 돌아온 엠넷 ‘보이스 코리아’를 이끄는 박상준 PD는 최근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자평했다. 박 PD는 “더구나 이번 참가자들은 음악적 성향이 한쪽에 치우쳐 있지 않다”면서 “다양한 장르와 음색의 참가자들이 모일 수 있었던 것도 얼굴, 몸매 등 비주얼적 요소를 제거한 포맷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박 PD의 말에서 자신감이 묻어나는 이유는 ‘보이스 코리아’의 화력이 그만큼 상당해서다. 지난달 29일 첫 방송부터 2049 남녀시청률 정상에 오른 프로그램은 화제성을 거듭 올리고 있다. 김예지 김영흠 정주영 임한나 정유진 박주희 대중소 등 실력파들이 매회 등장해서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김예지의 ‘골목길’ 조회 수는 현재 375만회, 김영흠의 ‘내 사랑 내 곁에’는 벌써 220만회를 넘어섰다.
‘보이스 코리아’는 네덜란드 예능 ‘더 보이스’를 국내 정서에 맞게 다듬은 프로그램이다. ‘뒤돌아 앉은 코치진이 참가자 노래를 듣고, 마음에 들면 버튼을 눌러 의자를 돌린다.’ 이 직관적이고 세련된 ‘블라인드 오디션’은 2012년 시즌1 당시부터 엠넷 간판 ‘슈퍼스타K’(2009)와 비견될 만큼 화제를 모았다. 시즌1의 손승연 유성은을 시작으로 이듬해 시즌2에서 이예준 하진 신유미 등을 배출하며 보컬리스트 산실 역할도 했다.
박 PD는 “제작진은 판을 까는 사람”이라며 인기의 공을 출연진에게 돌렸다. 하지만 프로그램에는 오랜 준비가 엿보인다. 먼저 참가자들의 성장을 이끄는 코치진들이 시즌1~2의 신승훈 강타 백지영 길에서 보아 성시경 김종국 다이나믹 듀오로 전면 교체됐다. 참가자들의 다양한 음악 스펙트럼을 아우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재야 보컬리스트들에서 기성 가수들과 그룹도 출전할 수 있도록 문을 넓혔다.
특히 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을 쏟았다는 박 PD는 “‘보이스 코리아’ 시즌1 때부터 활약한 권태은 음악 감독님과 함께 참가자들의 선곡과 편곡, 밴드 구성 하나하나 꼼꼼하게 얘기 나누며 무대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돌이 아닌 보컬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보이스 코리아’는 과거 팬덤이 만들어지지 않아 아티스트들이 향후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데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박 PD는 “우승자의 경우 짧은 기간이라도 전속 계약을 진행해 바로 앨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투표조작 논란이 일었던 ‘프로듀스’와는 달리 ‘실력만 있다면 누구든 가수가 될 수 있다’는 프로그램 슬로건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탄생 배경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7년 만에 돌아온 ‘보이스 코리아’는 ‘프로듀스’ 사태로 무너졌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인 셈이다.
박 PD는 “시청자분들께 참가자들의 이야기와 목소리, 음악으로 감동을 전해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최근 코로나19로 무대가 없어 힘들어하는 뮤지션들에게 작은 기회의 장을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