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요원 1900여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자 기존 정규직 노조원들과 취업준비생들이 반발했다. 노조원 측은 “노조와 충분한 협의 없이 결정한 정규직 전환을 즉각 중단하라”며 인천공항공사에서 시위를 벌였다. 한 취업준비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마음이 산산조각 난 기분”이라며 심정을 전했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원들은 23일 오후 인천 중구 공사 앞에서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일부 직원들은 개인 휴가로 반차를 쓰고 시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마스크를 쓴 채로 ‘노동자를 배제한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 반대’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도 올라왔다. 수백명의 직원들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모여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자리에 앉거나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지켜봤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는 “노조와 충분한 협의 없이 결정한 정규직 전환을 즉각 중단하라”며 “공정한 경쟁을 통한 정규직 채용이 아니므로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원경찰로 채용된 뒤 이들은 제1노조를 차지해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 동등한 처우를 요구하면 그 피해는 기존 직원들이 입게 된다”며 “힘든 경쟁을 뚫고 들어온 직원들과 형평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공사의 발표에 취업준비생들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이날 취업 커뮤니티에는 ‘인국공(인천국제공항)을 위해 토익 10번 봤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인국공을 위해 토익 10번을 봤다”며 “토익 스피킹은 8번을 봤다. 인국공을 위해 매일 허벅지 찔러가면서 14시간씩 전공 공부했다. 맨날 괴로워서 울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꼭 합격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참았다”며 “그런데 열심히 노력했던 내가 호구가 됐다. 이게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에 살기 싫어졌다. 처음으로 아빠 앞에서 울었다. 마음이 산산조각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2일 공사는 총 9758명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 중 공항소방대(211명)와 야생동물통제(30명), 여객보안검색(1902명) 등 생명·안전과 밀접한 3개 분야 2143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또 7월부터 고용노동부 자문을 받아 채용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정규직 노조원과 취준생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4일 현재 15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