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책임자가 무더기로 구속됐다.
고용노동부와 성남고용노동지청은 이천 물류창고 시공사(원청) 건우의 현장 소장 A씨와 협력사 대표 B씨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고 24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산안법에 규정된 안전 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건우 임직원, 감리단, 협력사 등 8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와 B씨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은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이들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들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발주처 한익스프레스 임원 C씨에 대해서는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지난 4월 발생한 화재는 지하 2층 냉동실 냉매 배관을 연결하는 용접 작업 중 날아간 불꽃 등이 우레탄 폼에 착화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량의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지면서 인명 피해가 컸다. 당시 화재 사고 현장에는 여러 명의 노동자가 작업중이었지만 화재 경보장치는 없었고 화재감시자도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자들이 대피할 수 있는 지하 2층 비상구도 닫혀 있어 다수의 사상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는 38명, 중상·경상을 입은 노동자는 10명이다.
고용부는 현장 책임자의 안전 조치 의무 위반 외에도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 등 화재의 근본 원인에 대한 조사도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 22일에는 ‘이천 화재 재발 방지법’이 제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되기도 했다. 화재·폭발 등의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화재위험이 큰 건축 자재 사용을 원천 금지하고,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노동자 안전조치에 관한 사항을 고용부 장관으로부터 승인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영조 지청장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안전조치를 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책임에 대해 엄중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중대 재해를 유발한 자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