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중국과 인도의 국경 충돌 이후 인도에서 반중 감정이 격화되자 현지 중국인들이 신변 위협에 떨고 있다.
중국인들은 가게나 식당 문을 닫고 외출을 자제하고 있으며 외모가 중국인과 비슷하다고 공격받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국경 충돌 사건으로 인도에서 중국 국기를 불태우거나 시설물을 훼손하는 등 반중 정서와 중국 제품 보이콧이 확산되면서 현지 중국인들이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인도에서 유학중인 청펑씨는 “뉴델리의 유명 시장에서 힌두어와 영어로 쓰인 ‘보이콧 차이나’ 낙서를 볼 수 있었다”며 “일부 중국인들은 불가피하게 밖에 나가야 할 때는 스틱을 들고 다니며 자신을 보호한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인도인들의 중국산 불매운동으로 가게와 식당 문을 닫아야 했고, 국경 충돌로 인도 내에서 민족주의와 반중 정서가 계속 높아져 우려하고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현지에서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회사 앞에서 항의시위가 벌어지고 중국산 제품을 부수는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인도의 우파 학생단체는 콜카타 주재 중국 총영사관 앞에서 반중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또 다른 우파단체 회원들은 뉴델리에서 반중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구금됐다.
뉴델리에서는 중국 대사관 밖 표지판이 훼손되기도 했고, 시위대가 중국 국기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포스터를 태우기까지 했다.
뭄바이에 사는 한 중국인은 “인도 경찰이 지난 18일 현지 거주 중국인들의 서류를 무더기로 들고 찾아와 신분증을 확인하고 적법한 체류인지 등을 조사하고 갔다”고 말했다.
뉴델리에서 30㎞ 떨어진 구르가온 거주 중국인은 “경찰이 중국인들의 거주지를 방문해 ‘외출을 자제하고, 폭력적인 반중 시위로부터 스스로 보호하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중국계 인도인들은 단지 중국인과 얼굴 생김새가 비슷하다고 공격을 받았다는 뉴스도 있었다.
중국계 인도인 우모씨는 “최근 차이나 보이콧 때문에 미용실과 중식당 문을 닫았고, 한자로 된 간판조차 현지인들의 반중 감정을 부추길 수 있어 우려된다”며 “반중 정서는 중하위 계층에서 더 심한데, 코로나19 때문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반중 시위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국경 충돌이 발생하자 자국 국영통신사의 4G 휴대폰 네트워크용 중국산 설비 구매를 금지할 방침이며 5G 네트워크 구축사업에서도 중국 기업 배제를 종용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2일 보도했다.
인도는 지난해 12월까지도 화웨이나 ZTE 등 중국의 5G 네트워크 참여를 환영했지만, 국경 충돌로 중국 기술기업이 인도 정부의 보복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은 국제 분쟁 발생 시 거대한 자국 시장과 구매력을 무기화하는 ‘보이콧 외교’를 펼쳐왔는데, 중국기업의 국제진출이 보편화한 지금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분기 인도 시장에서 81%의 점유율을 기록한 중국산 휴대폰 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하고, ZTE와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구축사업 참여가 무산될 가능성도 커졌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