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블록버스터 ‘쥬라기 공원’이 약 27년 만에 미국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는 기현상이 연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극장가에 신작 영화가 개봉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요 영화사들이 과거 히트작들을 ‘드라이브 인 씨어터(자동차극장)’에 집중적으로 배급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 등 해외 언론들은 ‘쥬라기 공원’이 지난 주말인 19~21일 ‘드라이브 인 씨어터’ 등 230개 영화관에서 51만7642달러(약 6억25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룡영화의 모태로 여겨지는 ‘쥬라기 공원’은 동명의 가상 테마파크를 배경으로 공룡들의 폭주를 그린 작품이다. 박진감 넘치는 컴퓨터그래픽과 스토리로 현재까지도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3년 6월 11일 개봉 이후 3주 연속 1위에 올랐었던 이 영화가 이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말 박스오피스 상위권 역시 고전 영화들이 차지했다. 스필버그 감독의 1975년작 ‘조스’가 51만6366달러(약 6억2400만원)을 벌어들이며 2위를 차지했다. 또 ‘백 투 더 퓨처’(1985)가 6위, ‘E.T.’(1982)가 8위, ‘구니스’(1985)가 10위에 랭크됐다.
이런 기현상을 이끈 ‘드라이브 인 씨어터’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세계적인 문화 향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접촉으로 인한 감염 위험 없이 안전하게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서다. 자동차극장의 고향인 미국에서는 폐쇄된 영화관 대신 전국 305개의 자동차극장이 전례 없는 호황을 맞았다.
미국 영화계 안팎에서는 영화관이 회복될 때까지 ‘드라이브 인 씨어터’가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지난 주말 극장가 총 매출은 380만 달러(약 45억9400만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인 2억 달러(2418억원)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을 기록했다”면서도 “영화사와 극장주들이 ‘드라이브 인 씨어터’가 비교적 꽉 찼다는 점에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