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파트 보조금 풀어 ‘경비원 갑질’ 막는다

입력 2020-06-24 11:24 수정 2020-06-24 15:43

서울시가 ‘아파트 경비원 갑질’ 방지를 위해 경비원들의 처우를 개선한 아파트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또 경비원들끼리 뭉쳐 갑질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경비원 공제조합’ 설립을 지원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경비노동자 노동인권 보호 및 권리구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잇따른 ‘경비원 대상 갑질’의 핵심 원인을 고용불안으로 보고 고용 안정성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박 시장은 “몇몇 입주민의 야만적 갑질 행위는 다수 입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며 “묵인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선 경비원의 고용 안정성을 개선한 아파트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아파트별 관리규약에 ‘경비원 고용승계‧유지’ 규정을 두고 있거나 고용불안을 유발하는 독소조항이 없는 아파트를 ‘서울시 공동주택관리규약준칙 이행 모범단지’로 선정한다. 모범단지로 선정되면 아파트 공용시설 보수비와 경비실 등 단지 내 휴게시설 개선비, 공동체 활성화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아울러 ‘배려‧상생 공동주택 우수단지 인증제’를 시행해 경비원 노동환경 개선, 인권존중, 복지증진에 앞장선 단지를 매년 20곳씩 뽑는다. 인증 단지는 서울시에서 공용시설물 유지‧관리비를 일부 지원하는 ‘공동주택 관리지원사업’ 지원 시 가산점을 받는다.

서울시는 또 아파트 경비원들이 공제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경비원끼리 뭉쳐 권익침해에 대한 방어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경비원들은 대다수가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인 데다 일하는 사업장이 모두 달라 그동안 공제조합 설립이 어려웠다. 박 시장은 “공제조합이 복리 증진사업을 할 때 서울시가 자금을 지원하는 식으로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비원을 ‘을’이나 ‘머슴’으로 바라보는 관행을 바로잡는다. 동 대표, 관리소장 대상 노동인권교육을 강화하고, 서울시 SNS와 옥외전광판에 인식개선 홍보 사업을 시행한다.

단 경비원 갑질에 대한 직접 제재 방안이 없다는 점은 한계다. 갑질을 저지른 이에게 곧장 과태료를 물리는 식으로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과태료 부과를 위해선 ‘공동주택관리법’이 개정돼야 한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독자적 법률을 제정해 시민의 의무를 정할 권한이 없다. 지방자치의 한계”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공동주택관리법상 갑질에 대한 벌칙규정 신설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해당 법률은 경비원에 대한 적정 보수 지급, 처우 개선, 인권 존중, 부당 지시·명령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위반 시 처벌 조항은 없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