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고지 전투, 장사상륙작전, 낙동강 방어선 및 다부동 전투 등 6·25 전쟁 당시 국군의 치열했던 전투상황을 엿볼 수 있는 기록물이 디지털로 복원돼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국가기록원은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국군의 전투상황 기록물을 5년 6개월에 걸쳐 복원을 완료하고, 원본의 디지털이미지 원문을 국가기록원 누리집을 통해 처음으로 국민들에게 공개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에 복원된 기록물은 1950~52년 주요 전투에서 육군의 연대장·사단장·총장 등 군 지휘관이 예하부대에 하달한 내용을 담은 작전명령서와 작전지도 등 401건(2348매)이다.
국가기록원은 지난 2014년과 2016년 두차례에 걸쳐 복원이 진행중인 기록물 일부를 공개한 바 있으나 복원대상 전량이 완료돼 복원된 이미지의 6·25 기록물 원문 전체를 볼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원된 6.25전쟁 주요 전투내용은 6·25전쟁 발발 직전 국군의 방어 계획에서부터 북한군의 남침 당일 전개된 ‘춘천전투’와 낙동강방어선을 저지하고 반격한 ‘다부동 전투’ 및 ‘장사상륙작전’, 그리고 ‘평양탈환작전’과 중공군 개입으로 인해 38도선을 철수하면서 치러진 ‘백마고지 전투’ 등이다.
춘천전투(‘50.6.25~6.30)’는 기습공격을 감행해 온 북한군을 막아낸 전투로, 당시 수도권을 포위하려던 북한군의 작전계획에 커다란 차질을 빚어 국군이 한강방어선을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하여 ‘춘천대첩’으로 불릴 만큼 6·25전쟁 초기 매우 중요한 전투였다.
국군 제6사단 작전명령 제31호(‘50.6.25)는 춘천전투’ 관련 작전명령서와 작전지도, 각종 일람표, 전쟁대비 방침 등을 담고 있다. 이중 ‘작전지구 주민철수 계획요도’는 춘천과 홍천에 각각 철수 주민집합소, 포로집합소, 낙오자수용소 등을 뜻하는 기호가 표시돼 있어 당시 춘천지역을 담당했던 제6사단이 전쟁 발발을 예상하고 철저하게 대비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백마고지전투(‘52.10.6~15)’는 철원 북방의 백마고지를 확보하고 있던 국군이 중공군의 공격을 받아 10여 일간 12차례의 쟁탈전을 반복해 고지방어에 성공한 전투다. 백마고지 전투는 혈전을 거듭한 끝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그 결과 우리 국군은 철의 삼각지대(강원도 평강군·철원군·김화군) 일각인 철원지역을 계속 장악할 수 있었다. 국군 제9사단 작전명령 제85호(1952.10.4)는 ‘백마고지전투’의 작전지도와 명령서다. 이 기록물에는 수일 이내의 적의 공격을 예상하여 방어책을 긴급히 보강하고 역습명령이 하달되면 즉각 공격할 수 있는 대세를 갖추고 기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평양탈환작전(‘50.10.15~20)’은 서부전선으로 진격한 제1사단과 미 제1기병사단이 중부전선으로 진출한 국군 제7사단과 함께 평양을 포위 공격하여 평양을 탈환한 공격작전이었다. 육군본부 작전명령 제218호(‘50.10.17)는 당시 이승만대통령의 평양점령 지시를 국군 제2군단에 하달한 작전명명이다. 이 기록물에는 가능한 최단시간 내 군단의 전 병력을 동원하여 서쪽으로 공격을 계속 실시할 것과 미 제1군단과 협력해 평양 동쪽 및 동북쪽으로부터 즉시 평양을 공격할 것, 북진을 계속하기 위한 차기작전을 준비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사상륙작전(’50.9.14)’은 인천상륙작전(‘50.9.15)을 위한 후방 교란 작전으로 포항 북부 장사리에 주로 학도병으로 구성된 부대를 투입한 전투로 알려져 있다. 육군본부 작전명령 제174호(‘50.9.10)는 6.25 전쟁 당시 희생된 학도병을 언급한 유일한 공식문서다. 이 기록물의 내용 중 “육본 직할 유격대장은 예하 제1대대를 상륙 감행시켜 동대산(포항북부 소재)을 거점으로 적의 보급로를 차단, 제1군단의 작전을 유리케 하라”는 명령서가 포함되어 있는데 여기서 ‘유격부대’가 어린 학도병으로 구성된 부대를 의미한다.
양영조 군사편찬연구소 전쟁사연구부장은 “국가기록원이 이번에 복원한 기록물들은 6·25 전쟁 기간 중 국군이 생산한 자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희소성이 매우 높은 문서이며, 당시의 전투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한국 전쟁사 연구의 핵심 자료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