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4일 인공지능(AI) 분야 최고 석학인 승현준(54·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삼성전자 통합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승 소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5월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뉴 삼성’ 비전을 발표하며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데려오겠다는 밝힌 후 나온 첫 영입 사례다.
이 부회장은 당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라고 했다. 승 소장은 한국을 포함해 13개 국가에 있는 글로벌 15개 연구개발센터와 7개 AI센터의 미래 신기술과 융복합 기술 연구를 관장할 예정이다.
뇌 기반의 AI 연구를 개척한 세계적 석학인 승 소장은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해 왔다. 2018년부터 삼성리서치 최고연구과학자(CRS·Chief Research Scientist)로서 삼성전자 AI 전략 수립과 선행 연구에 대한 자문을 통해 글로벌 AI센터 설립과 AI 우수인력 영입에 기여해 왔다. 승 사장은 2008년 삼성그룹 창업자 호암 이병철 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호암상 ‘공학상’을 받았다.
하버드대 물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2014년부터 프린스턴대 뇌과학연구소·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98~2014년 MIT 뇌인지과학과·물리학과 교수로 일했다. 92~98년 벨랩(Bell Labs)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부친은 텍사스대 철학과 교수였던 토마스 승으로 한국계 미국인이다.
승 소장은 세계적인 연구자들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하고 우수 인재 영입을 통한 미래기술 연구 역량을 증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삼성전자는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승 교수를 삼성리서치 소장으로 선임함으로써 미래의 핵심 성장동력인 AI 기술력을 강화하고 AI 관련 사업과 전략을 고도화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부회장이 AI 핵심인재를 확보하면서 삼성의 미래 사업인 AI에 대한 연구 역량을 높이는 데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삼성리서치를 찾아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의 삼성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다.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글로벌 1위를 하고 있는 반도체·스마트폰·가전을 넘어 AI, 사물인터넷(IoT)가 삼성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2018년 8월 180조 투자계획을 밝히고 AI와 5G, 전장부품 등을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실리콘밸리 AI 플랫폼 개발기업인 ‘비브랩스’를 인수했고 2017년 11월 국내 스타트업으로는 처음 대화형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런티’를 사는 등 AI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