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폭파로 폐쇄했던 풍계리도 되돌릴 수 있어”
북한에 대화 촉구…응하지 않으면 제재 유지
미국 국무부는 북·미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던 2019년에도 북한의 핵 활동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국무부는 또 북한에 확인되지 않은 추가 핵시설이 있거나 북한이 다른 핵 실험장을 건설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폭파 방식으로 폐쇄했던 풍계리 핵실험장도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북한에 북·미 협상 테이블 복귀를 제안하면서도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 경우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미 국무부는 의회에 제출한 ‘2020 군비통제·비확산·군축 합의와 약속의 준수 및 이행 보고서’에서 지난해 1년 동안 북한의 핵 활동에 대해 평가했다.
미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2019년 내내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핵물질 생산에 관해 큰 우려를 계속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북한이 핵 활동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8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018년 북한의 핵활동에 대해 발표했던 보고서 내용을 많이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내용을 추가했다.
IAEA는 당시 북한의 영변 핵연료봉 제조공장에서 원심분리 우라늄 농축시설을 사용한 징후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미 국무부는 영변에 실험용 경수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는 IAEA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이 건물이 완공될 경우 핵물질 생산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 국무부는 특히 북한에 확인되지 않은 추가 핵시설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다른 핵실험장을 건설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도 버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북한이 2018년 5월 24일 폭파 방식으로 폐쇄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과 관련해 폐쇄 정도를 확인할 수 없으며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핵실험 중단과 풍계리 폭파가 비핵화 약속 이행을 위한 긍정적 시사였다고 호평했지만, 올해는 이 문구를 뺐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한다면 투자와 인프라 향상, 식량 안보 강화 방법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건설적 협상을 통해 북한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미국의 최우선 목표인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해 북한과 계속된 외교적 협상에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의 FFVD가 달성될 때까지 국제사회는 단결된 상태로 있을 것”이라며 “유엔과 미국의 제재는 그대로 유지되고 완전히 이행될 것”이라고 북한을 압박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또 “북한은 생물무기를 무기화했을지도 모른다”면서 “군사적 목적을 위해 충분한 양의 생물학적 물질을 생산할 능력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가 매년 발간하는 이 보고서에는 북한을 포함해 러시아·중국·이란 등 미국이 핵활동을 감시하는 국가들이 포함돼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