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침묵’ 깬 김정은 “군사행동 보류”…숨고르기 들어갔다

입력 2020-06-24 10:19 수정 2020-06-24 10:2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7일간의 침묵을 깨고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 메시지를 던졌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지난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예비회의를 화상으로 주재하고 북한군 총참모부가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대변인은 지난 17일 발표에서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에 군부대 재투입,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재설치, 대남전단 살포 지역 개방 등을 예고한 바 있다. 다만 구체적인 보류 이유에 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최근 남북 관계 악화에도 침묵을 이어온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한반도 긴장 국면이 지나치게 고조됐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말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문제 삼아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을 끊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연일 초강경 공세를 이어왔다.

아울러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연일 부추기면서 장기화된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올 초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북한의 경제난은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지난 7일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평양 시민들의 생활을 언급한 만큼 노동당 간부 등 핵심 계층이 모여 사는 평양도 경제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군사행동 계획의 취소가 아닌 ‘보류’라고 밝힌 만큼 향후 북한 상황 변화 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스스로 숨고르기에 들어가고 긴장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속도를 조절하기 위함이 있는 것 같다”며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이) 취소가 아니라 보류라고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내부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대남 군사행동을 재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노동신문은 또 이번 회의에서 당 중앙군사위 제7기 제5차회의에 상정할 주요 군사 정책 안건들이 심의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라의 전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들을 반영한 여러 문건들을 연구했다”고 강조했다. 향후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여부에 따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얼마든지 발사할 수 있다는 뜻을 한·미 군 당국에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