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뛰었다면 사과했을까” 강정호 회견에 싸늘한 팬들

입력 2020-06-24 10:19
국내 프로야구 복귀를 추진 중인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사과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구선수 강정호(33)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사과했지만,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24일 강정호 사과 내용을 담은 기사에는 “진정성을 못 믿겠다”는 취지의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강정호는 2009년과 2011년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숨겼다. 2016년 세 번째 음주운전 사고에서는 현장을 수습하지 않은 채로 숙소로 떠났다. 강정호는 이 사건으로 재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강정호는 4년이 지난 2020년에야 제대로 된 사과를 했다. “메이저리그 팀이랑 계약했다면 국내 야구팬들에게 사과했을까”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강정호의 범죄 수위가 음주운전으로 은퇴한 박한이나 강승호보다 높은데 어떻게 받아주냐는 의견도 있다. 박한이는 지난해 5월 27일 오전 9시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인근에서 자녀를 등교시킨 뒤 귀가하다 접촉 사고를 냈다. 음주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065%였다. 면허정지 처분을 받는 수치였다. 박한이는 은퇴했다.

강승호는 지난해 음주운전을 하다 도로 분리대를 들이받았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089%였다. 강승호는 이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고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했다. 이틀 뒤에 구단에 자진 신고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구단은 강승호를 임의탈퇴시켰다. 지금까지 두 선수 외에도 음주운전을 저지르고 쫓겨난 선수들이 있는데, 강정호를 받아주는 게 말이 되냐는 비판이다.

국내 프로야구 복귀를 추진 중인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사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팬들은 강정호 사과문 한 문장 한 문장에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예컨대, “첫해 연봉은 음주운전 피해자들에게 기부하겠다”는 약속에는 “KBO 뛰게 해주면 돈 주겠다는 소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은퇴하는 순간까지 유소년선수들에게 재능 기부를 하겠다”는 말에도 “어린 선수들이 강정호를 보고 뭘 배우겠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강정호를 향한 불신이 팽배한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비판하는 팬들도 있다. 앞서 KBO 상벌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강정호에게 유기 실격 1년에 봉사활동 300시간 이행을 명령했다. 팬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KBO의 징계 수위에 분노했다. 강정호를 깔끔하게 쳐내지 못해서 구단이 영입을 저울질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순철 해설위원도 KBO의 결정을 비판한 적 있다. 이 위원은 지난 1일 SBS 스포츠 ‘주간야구’에 출연해 “강정호 개인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KBO가 일을 잘못 처리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졌다”며 “전체적으로 리그를 관장하고 있는 KBO가 하는 일은 무엇이냐. 총재는 대체 뭘 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동요가 있으면 그걸 컨트롤하기 위해 수장이 있는 것”이라며 “그 일을 하지 못해 이 사태가 됐다. KBO는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강정호의 귀국 인터뷰 계획에 대해서도 “논란이 커졌으면 더 커졌지, 이 문제는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도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