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과의존 청소년 문제해결 ‘마음풀’ 조성…정서적 안정, 교우관계 개선 효과

입력 2020-06-24 10:12
동일여고 마음풀 전경

정의여고 마음풀 푸르르온실

서울시가 스마트폰, 인터넷 등 디지털 매체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는 청소년들이 식물을 접하며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도록 ‘마음풀’ 공간을 학교에 조성해 교우관계 개선 등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청소년 문제해결 디자인’을 통해 학교 내 방치되어 있던 공간에 ‘식물’을 들여와 사계절 내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학생들이 언제든지 찾아가 마음을 풀 수 있는 공간, 풀이 자라나는 공간, 마음을 충전(full)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자’는 의미를 담아 ‘마음풀’로 이름 붙였다.

청소년 문제 중 하나는 디지털 과의존이다. 디지털 매체는 시청각 감각을 과도하게 자극하고 촉각, 후각과 뇌기능을 떨어뜨려 인지, 학습능력 저하와 주의력 결핍 등을 유발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 한 가지 감각이 아닌 오감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식물과 자연을 매개로 한 자극이 불균형한 감각을 통합하고 잠자고 있던 신경을 활성화한다고 조언한다.

이에 서울시는 2018년부터 ‘청소년 문제해결 디자인’의 일환으로 ‘마음풀’ 조성을 시작해 학생들의 일상 공간인 학교에 식물을 들여왔다.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자연을 매개로 감각을 고르게 자극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학생들이 정서적 안정을 찾고 교우관계가 개선되는 등 좋은 성과를 보였다.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가 2018년 조성된 ‘전일중’ 사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학생들이 ‘마음풀’ 프로그램을 통해 정서적 안정, 교우관계 및 대인관계 개선, 자존감 향상 등의 변화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전일중에 이어 학생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마음풀 공간으로 정의여고(도봉구) ‘Play lab’, 동일여고(금천구) ‘Play ground’를 완성했다. 지난해부터 학생들 중 희망자를 모집해 자체 학생 운영회를 조직하고 사업 초기부터 함께했다. 운영회는 식물농부팀, 콘텐츠팀, 모집관리팀으로 나눠 희망 활동, 공간구성, 운영관리 방법 등을 함께 논의했다.

동일여고는 ‘가사실’이었지만 현재는 사용하지 않아 방치되어 있던 공간을 ‘play ground’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활동적이고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의 성향과 의견을 반영해 식물과 함께 놀며 대화하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다.
‘띵까띵까부스’는 마음풀 진입 시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으로, 식물 재배환경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 디제잉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빛(조명), 비(관수), 새소리 등을 자유롭게 조절하며 다양한 자기표현을 하는 동시에 다양한 감각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수풀수풀정원’는 띵까띵까 부스에서 조절하는 비와 음악 등이 연출되는 정원이다. 식물을 포함한 다양한 피사체가 거울에 반사되는 모습을 즐기며 친구들과 대화하고 움직이며 사진도 찍고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다.
‘사부작공방’은 학생들이 재배한 식물을 이용하여 선물을 만드는 등 나눔을 위한 준비공간이다. 학생 운영회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고 누구나 친구, 가족을 위한 선물을 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포장 재료가 배치되어 있다. 학생들이 만든 작품이나 잘 키운 화분은 공방에 위치한 ‘갤러리’에 전시할 수도 있다. ‘오랑주리’는 분갈이를 하거나 재배활동을 준비하는 곳으로 학생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나 재배 관련 유용한 정보를 나눌 수 있는 텃밭 알림게시판이 배치되어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흙과 식물, 그리고 여러 재료를 옮길 수 있는 텃밭카트 등도 이용할 수 있다.
‘꿈틀 온실’은 매입형 텃밭이자 정원으로 학생들의 상상을 실험하는 공간이다. 가까이에서 관찰이 필요한 작은 식물들을 심어보고, 직접 돌의 위치를 옮기거나 작은 소품들을 배치해볼 수 있으며, 안개, 빗방울이 내리도록 연출할 수도 있다. ‘포근서재’는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학생들의 활동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숨은 공간이자 도서, 씨앗 등의 수납이 가능한 공간이다. ‘자람텃밭’은 실외 데크 계단과 연결된 텃밭으로 텃밭카트를 이용해 옮긴 식물 모종이나 실내에서 키우기 어려운 실외 식물을 재배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이동형 의자를 이용해 녹색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하며 혼자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정의여고는 불안한 구조에 잡다한 물건이 쌓여 방치되어 있던 온실과 창고 공간을 합쳐 온실이 있는 휴식공간 ‘Plant lab’을 만들었다. 조용하고 식물에 관심이 많은 정의여고 학생들의 성향을 반영해 식물을 키우며 다양한 실험을 만들고 기록하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우르르 공방’은 학생들이 만든 월간 계획에 따라 다양한 DIY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기록하는 공간이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여 계절별, 테마별로 식물을 이용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재배식물로 엽서와 다이어리 꾸미기, 식물표본 구슬 제작하기, 미니어쳐 정원(테라리움) 만들기, 꽃잎차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오구오구갤러리’는 공방이나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결과물을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고 전시하는 공간이며 ‘찰칵스튜디오’는 학생들이 제작한 DIY 결과물을 기록하는 곳이다. 배경을 직접 연출하고 조명과 보조소품, 포토월을 이용해 결과물 뿐 아니라 자신과 친구들의 모습도 기록하여 추억을 쌓을 수 있다. 평소에는 휴게공간으로 사용하게 된다.
‘푸르르 온실’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실험 텃밭’ ‘트레이 텃밭’ ‘작은 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계절별로 공방과 스튜디오에서 이용할 작물위주 식물을 재배하는 오랑주리형 공간이다. 원래 온실이었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온실과 공방까지 비쳐 식물 뿐 아니라 학생들도 따뜻한 햇살을 맞을 수 있다. ‘아늑텃밭’은 온실이 아닌 실외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식물을 기획하여 심고 가꾸는 공간으로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해 운영할 예정이다.

이번에 조성된 ‘마음풀’ 2곳은 식물을 매개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학생들이 한 가지 감각만이 아닌 오감을 골고루 쓰면서 성장하는 공간으로 운영된다. 특히 학생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여 더 알차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변화해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공간을 이용하게 될 동일여고, 정의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간에 대한 반응 및 효과성을 평가해 향후 마음풀 등 ‘청소년 문제해결 디자인’ 추진에 참고할 예정이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24일 “마음풀 공간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연을 매개로 한 다감각 경험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올해는 운동부족 학생들을 위한 ‘신체활동 유도 디자인’을 진행중인데 앞으로도 청소년들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활용과 확산이 용이한 ‘청소년 문제해결 디자인’을 개발해 많은 학교에서 적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