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한마디로 갑작스럽게 등장한 백종원 대선후보 등판론에 통합당 인사들이 가지각색 반응을 보였다.
통합당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 거부감이 없고 많은 사람과 스스럼없이 소통이 잘 되는 인물을 찾아야 한다. 또는 그런 인물이 되라는 취지의 주문 아니겠나”라며 “좋은 비유다”라고 평가했다.
‘기존의 잠룡들은 좀 서운하지 않겠냐’는 진행자 질문에 오 전 시장은 “아니다. 굉장히 새겨듣고 있다.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정권 재탈환 불가능하니 더 노력하라는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며 “이러이러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씀인 걸로 보인다”고 답했다.
오 전 시장은 정가에서 ‘김 비대위원장 스스로 대선 후보로 나서고 싶어서 저러는 거 아니냐’라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서는 “연령이 뭐가 중요하겠나. 저렇게 활발하게 활동하시고, 이슈 메이킹에 성공하는 걸 보면 충분한 자질은 갖추고 계신 분”이라며 “앞으로의 성과에 따라 충분히 논의가 그렇게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대선 출마는 없을 것이란 취지의 인터뷰를 한 바 있다.
5선 의원을 지낸 정병국 전 통합당 의원은 “보수 정권 내에서 대선주자를 만들려고 노력을 했는가를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3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노무현 정권이 끝나고 나서 민주당 쪽에는 씨를 찾아보려고 해도 (대선주자가) 없었다고 했지만, 당시 한나라당 내에는 대권 주자들이 엄청 많이 포진해 있었다”며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기간) 그 사람들 기를 못 펴게 했다. 패거리 정치가 그 사람들을 죽였다”고 했다.
다만 정 전 의원은 진행자가 ‘노무현 대통령이 당내에서 혜성처럼 만들어져서 나왔다’고 말하자 “지금도 얼마든지 그런 국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당시 대권 주자들이 사라진 건 아니지 않느냐. 어떻게 대권 주자를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홍문표 통합당 의원은 “국민 밥상으로 통용되고 있는 아주 훌륭한 분”이라면서도 “대통령 후보로 운운하는 건 어디서 촉발돼서 여기까지 왔는지 잘 모르겠다”며 부정적 반응을 내비쳤다.
이에 진행자가 ‘여∙야 대선 후보가 없어서 백종원을 꺼낸 거다. 대선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느냐’고 묻자 홍 의원은 “제가 볼 때는 한 1년 정도 남겨 놓으면 아마 여야에서 꿈을 꾸고 있는 훌륭한 분들이 현실로 나타나리라 본다”며 “준비 안 된 사담 같은 것을 하다가 (백종원 대선후보 논란이) 불거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9일 당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과 오찬 자리에서 대선후보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어떻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23일 통합당 재선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안 그래도 백종원이라는 분이 국민한테 인기가 좋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 대표는 정치에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전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은) 꿈도 꿔본 적 없고 나는 지금 일이 제일 재밌고 좋다”며 “너무 당황스러운 이야기라 웃어넘겼는데 보도가 회자가 많이 돼서 혹시 오해받을 일이 생길까 봐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