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미국 대선 직전·北노동당 창건 겹치는 10월 위험”
“대선 앞둔 트럼프, 군사적 보복 카드 원치 않을 것”
“북한 도발에도 트럼프 방위비 압력 바뀌지 않을 듯”
“북한 달라지지 않으면 대북 제재 유지돼야”
“한미 훈련 중단 얻은 것 없다…조속히 재개돼야”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23일(현지시간) “북한이 11월 미국 대선 직전이면서, 북한 노동당 창건(10월 10일) 75주년이 겹치는 10월 중 미국을 겨냥한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를 위협에 빠뜨릴 수 있는 군사적 보복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압력을 중단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또 “모든 대북 제재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들에 대한 대답”이라며 북한이 달라지기 전까지는 대북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했다. 그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으로 얻어낸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확대시켰으며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위협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해리티지재단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는 그는 “미국 군복을 입은 아들·딸은 용병이 아니다”라며 한국에 과도한 방위비 인상 압박을 가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20년 넘게 미국 중앙정보국(CIA)와 국방정보국(DIA)에서 한반도 전문가로 근무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CIA 한국 담당 부국장과 한국 지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미국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한반도 전문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국민일보는 23일 클링너 선임연구원과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국민일보는 앞으로 미국의 한반도 한반도 전문가들과 북한의 계속적인 도발로 위기가 고조되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릴레이 인터뷰를 게재할 예정이다.
-당신은 지난 13일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마도 10월에 깜짝 놀랄 일(October surprise)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기습 도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 직전인 10월을 특별히 지목한 이유가 있나.
“북한은 미국 대선을 거론하며 미국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미 국무부가 최근 북한의 도발에 대해 ‘실망’이라는 표현을 쓰자 북한 외무성이 지난 11일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지 말라’면서 ‘그것이 코앞에 이른 (미국) 대선을 무난히 치르는 데도 유익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의 이런 베일에 싸인 은근한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에 핵실험이나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시험 발사를 할 경우 북한과의 협상에서 성공을 외쳤던 트럼프 대통령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올해 10월 10일이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이라는 점도 변수다. 북한이 이 타이밍에 맞춰 미국을 겨냥한 도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도발을 감행하거나, 한국에 대한 도발 수위를 높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 등을 포함한 군사적 대응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시험 발사 같은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반도는 불확실성과 긴장이 크게 고조됐던 2017년 상황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을 타깃으로 한 핵무기 능력을 갖추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한반도 위기가 크게 고조됐던 2017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예방 공격(preventive attack) 가능성을 경고했다. 북한이 도발하면 그 때의 위기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에게 핵실험이나 ICBM 시험 발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공언한 것에 묶여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이미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이 걸린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를 파괴시킬 수도 있는 전쟁을 시작하는 위험을 떠맡는 것을 원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남한에 대한 계속적인 도발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분담금 인상 압력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불행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과 해외 주둔 미군을 공유된 가치와 원칙, 전략적 개념 등 미국의 전통적 관점에서 보기보다는 ‘거래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협상에 임하는 미국 측 협상가들에게 이익을 추구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이는 군복을 입은 미국의 아들·딸에 대한 모욕이다. 그들은 용병이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교착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주독미군 감축 결정을 내린 것처럼 주한미군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북한의 최근 도발로 주한미군 분담금 문제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협력 사업을 수용하거나 대북 제재에 예외를 두는 방식으로 기존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는 사실상 북한과의 모든 경제적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국내법 역시 북한과 달러화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달러화 거래는 국제 금융 거래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전략을 구사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워싱턴은 미국법을 북한 제재에 적용하는데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뒀던 2018년 6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매우 좋게 대화하고 있기 때문에 300개가 넘는 신규 제재를 보류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미국 의회가 북한 돈 세탁에 관여했다고 믿는 12개 중국 은행들에 대해서도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호의를 얻기 위해 남북 경제 협력사업이나 여러 지원을 통해 수십억 달러를 지급하려는 시도를 반복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시도는 북한의 정치·경제 개혁을 유도하지 못할 것이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군사적 호전성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대북 제재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들에 대한 대답이다. 북한의 이 같은 행동들이 중단되지 않을 경우 대북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
-북한의 최근 도발로 중단되거나 연기됐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돼야 한다고 보는가.
“한·미는 2018년 이후 여러 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하거나 추가적인 연합훈련들에 제한을 가했다. 이는 동맹의 억지력과 방위 능력을 약화시키는 위험한 결정이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자신들의 군사훈련은 축소하지 않았으며 어떤 외교적 노력에도 화답하지 않았다. 북한은 한·미 모두와 대화·협상을 거부하면서도 자신들의 핵·미사일 능력을 확대시켰고, 그들의 군대를 훈련시켰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으로 얻어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특히 북한은 지난 17일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위협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재개돼야 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