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를 집단폭행에 숨지게 한 10대 4명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피고인이 초범이고 유족과 함의한 점 등을 들어 형을 대폭 감형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조롱하는 가사를 만들어 노래를 불렀고, 물고문까지 했다. 특히 가해자 중 일부는 “이렇게 계속 때리다가는 죽을 수도 있겠다”며 폭행으로 피해자가 숨질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경찰은 이런 진술과 폭행 장면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근거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이들 모두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4명 중 3명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23일 광주고법 형사2부(김무신·김동완·위광하 고법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20)의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20)에 대해서도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C군(18)과 D군(18)에게는 1심과 마찬가지로 소년법상 상한 형량인 장기 15년에 단기 7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9일 오전 1시쯤 광주 북구 한 원룸에서 E군(18)을 수십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E군을 살해하기 전 두 달여 간 E군을 수시로 폭행하고 돈을 빼앗거나 협박하고 물에 처박아 고문한 혐의도 받고 있다.
A군 등은 직업학교에서 만난 E군을 반강제로 붙잡아두고 아르바이트비를 빼앗거나 매일 같이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지 못했으며 살인의 고의성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미 5월 말부터 피해자 E군의 얼굴이 심하게 부어있었고 아프다고 호소한 점, 사건 당일에도 의식을 잃고 쓰러진 피해자를 방치하고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함께 살던 피해자를 1∼2개월 동안 지속해서 폭행하고 월급을 갈취했다. 범행 직후에도 피해자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삭제하는 등 은폐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상당 기간 폭행을 지속했고 피해자는 다발성 손상을 입음에도 신발을 신고 여러 차례 피해자의 복부를 가격했다”며 “A씨는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B씨와 C·D군에 대해서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들이 피해자의 사망을 예상했다고 보기 어렵다. 폭행 또는 상해의 고의를 넘어서 살인의 고의로까지 전환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C군을 제외한 3명이 유족과 합의한 점, 일부 피고인이 초범인 점, 일부 피고인 혐의가 상해치사죄로 변경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