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로 허가받은 의사만 낙태 시술이 가능한 미국에서 이런 규제가 부당하다고 연방대법원에 호소하겠다는 여성이 나타났다. 현재 미국은 임신중단을 개인의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하고 있지만 대신 주 정부들이 시술자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식으로 낙태를 규제하고 있다.
중증장애 태아를 임신중절 수술한 경험이 있는 루이지애나주 거주 여성 킴 오브라이언(43)이 낙태 관련 증언을 공언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고 미 ABC뉴스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지난 2011년 초음파검사에서 태아에게 심각한 뇌장애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담당의사는 “낙태를 진지하게 고민하라. 임신중절이 허용된 임신 20주가 얼마 안 남았다”고 조언했고 오브라이언 부부는 변호사, 의사의 자문을 받은 끝에 낙태를 결정했다.
하지만 의사인 남편의 인맥을 동원해도 시술이 가능한 의사를 찾지 못하고 임신 20주를 넘겼다. 부부는 직장에 3일 휴가를 내고 다른 지역으로 원정 낙태를 떠났고 6시간을 운전해 도착한 병원으로부터 “1주일 전에 규정이 바뀌었다. 돌아가라”는 답을 들었다. 부부는 수소문 끝에 인근 병원에서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
오브라이언은 “남편이 의사라도 이 정도인데 일반인들은 중절 수술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딸의 어머니가 된 오브라이언은 “아직도 미국 여성들이 불필요한 규제를 받는다는 사실이 놀랍다”면서 “내 딸들을 비롯한 모든 여성이 거주지역, 재산, 지위에 상관없이 임신중절 수술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정이 나오는 대로 대법원에 증인 자격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오브라이언이 증언에 나선 재판은 ‘의료센터 직원들 vs 주 보건국 사무총장’(June Medical Services vs. Russo)으로 불리는 사건으로 루이지애나주 낙태시술자규제법(ACT 620)의 존치여부를 다룬다.
이 법에 따르면 반경 약 48km 안에 낙태 진료소는 최대 2개만 허용되고, 낙태 담당의사라도 인근 종합병원으로부터 환자이송·시설이용 허가권을 받아야 낙태시술이 가능하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여성희망의료(HMGW) 캐서린 피트만 대표는 “ACT 620을 인정하면 루이지애나의 낙태 진료소가 모두 문 닫고 1개만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 인프라가 파괴되고 헌법상 여성의 권리가 위협받는다는 주장이다.
또한 캐서린 측은 이 법이 여성의 건강권을 해친다고 말한다. 낙태시술에서 회복하려면 입원치료가 필수적이며 이를 받지 못한 여성은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반면 의료전문단체 KFF는 ACT 620이 적용된 이후 루이지애나에서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여성 7만명 중 종합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경우는 4명에 불과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반면 이번 소송의 피고인 루이지애나주 보건국 사무총장인 스테판 루소는 ACT 620이 오히려 안전한 의료를 보장한다며 “이 법은 무분별한 낙태를 막고 의료진의 신뢰도를 높인다”고 말한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