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 처지면 못따라잡는다” 전기차 협력 열풍 이면엔…

입력 2020-06-23 17:50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기업 간 전략적 협력 열풍이 불고 있다. 주요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전기차 시장의 초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손을 맞잡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에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23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세계 전기차(EV) 판매 점유율에서 테슬라(26.7%)가 1위에 올랐다. 르노, BYD, 닛산, 현대자동차 등은 각각 근소한 차이로 5위권 내 순위 다툼을 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을 보면 LG화학과 파나소닉, CATL 등이 각각 20% 이상을 차지했고, 나머지 업체들은 추격하고 있다.

기업 간 협력은 강화되는 모양새다. 국내에선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배터리 기술 관련 논의를 통해 전기차 경쟁에 대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초반에 따라가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는 시장의 특성상 협력을 통해 ‘미래 먹거리’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업체들도 힘을 모으고 있다. 일본 토요타는 지난 2월 파나소닉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만들었다. 안정성과 긴 주행거리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2022년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스웨덴 신생업체인 노스볼트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자회사 아큐모티브와를 중심으로 배터리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협력을 통해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확보하겠다는 심산이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도 협력은 필요하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안정적인 공급처는 물론 대량생산을 위한 투자도 받아야 한다.

SNE리서치 박찬길 연구원은 “내연기관에서 하이브리드로, 또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면서 배터리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며 “각 업체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지만 향후 공급 부족 현상이 생길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고 말했다.

테슬라를 쫓는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려면 전기차의 핵심인 고품질 배터리를 선점해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전기차에 생길 수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배터리 업체와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전기차 모터 기술은 격차가 많이 줄었고, 배터리가 전기차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며 “배터리 기술 개발을 통해 주행거리를 늘리고 배터리 대량 양산을 통해 차 가격을 내리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협력은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도 느는 추세다. 파나소닉 배터리를 썼던 테슬라는 최근 LG화학에 이어 일부 모델에 중국 CATL 배터리를 쓰기로 했다. 폭스바겐과 BMW, 포드와 아우디 등은 CATL과 비야디(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와 손을 잡고 있다. 박 연구원은 “규모가 큰 중국 전기차 시장 진출을 위해 완성차가 합작사 설립과 협력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