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에서 70대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택시를 빼앗아 운전하다가 음주 교통사고를 낸 30대 승객이 결국 구속됐다.
춘천지법은 23일 상해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30)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A씨의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일 새벽 만취한 채로 춘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B씨(73)가 운전하는 택시에 탑승했다.
A씨는 택시기사 B씨가 목적지를 묻자 험한 욕설을 퍼부은 뒤 택시에서 내려 차량 앞을 가로막고 보닛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이어 운전석 옆에서 주먹을 휘둘렀다.
또 A씨는 택시기사가 신고하러 간 사이 운전석을 탈취해 차를 몰기 시작했다. A씨가 빼앗은 택시는 언덕을 넘어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전신주를 들이받고 나서야 멈춰 섰다.
이 사건으로 B씨는 왼쪽 어금니가 일부 부서졌고 폭행을 막는 과정에서 손등도 다쳤다. B씨는 “당시 겪은 악몽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아직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는 B씨와 인근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 이상의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8일 상해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적용,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도주 우려 없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했다.
이에 경찰은 10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춘천지검에 A씨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자 지역 택시 종사자들이 ‘봐주기 수사’라고 비판하며 승객의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집회를 끝낸 뒤 운수 종사자 3000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춘천지검에 제출했다.
검찰은 A씨 사건에 대한 자체 보완 수사를 거쳐 19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결국 A씨는 22일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끝에 구속됐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