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해 70대 택시기사 폭행, 차 뺏고, 사고 낸 30대 구속

입력 2020-06-23 17:17
19일 오전 강원 춘천시 운수종사자 휴게시설 앞에서 지역 택시 종사자 300여 명이 최근 춘천에서 일어난 택시기사 폭행 사건 피의자에 대한 구속 수사와 엄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술에 취해 70대 택시기사를 폭행한 뒤 택시를 빼앗아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낸 30대 남성이 결국 구속됐다.

춘천지법은 상해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A씨(30)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23일 밝혔다.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승객 A씨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했다. 그러자 지역 택시 종사자들은 지난 19일 춘천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A씨의 영장을 기각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를 비판하고, 승객의 엄벌을 촉구했다.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A씨 사건에 대한 자체 보완 수사를 거쳐 19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결국 A씨는 22일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끝에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일 새벽 만취한 채로 춘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B씨(73)가 운전하는 택시에 탔다. 이어 A씨는 목적지를 묻는 B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B씨는 A씨를 진정시키고자 말을 건넸으나, A씨는 갑자기 택시에서 내려 차량 앞을 가로막고 보닛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이후 A씨는 갑자기 운전석으로 다가왔고 미처 문을 잠그지 못한 B씨는 얼굴을 수차례 폭행당했다.

폭력을 견디지 못한 B씨가 택시에서 내리자 A씨는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이 사건으로 택시기사 B씨는 왼쪽 어금니가 일부 부서졌고, 폭행을 막는 과정에서 손등을 다쳤다. 차 수리비는 850만원이 나왔다.

A씨는 B씨와 인근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지난 19일 열린 집회에서 “지금도 여러분 앞에 서 있지 못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지만 이렇게 격려해주니 힘이 난다”며 “당시 겪은 악몽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아직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