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국인 전문인력 비자 막았다… 구글 등 직격탄

입력 2020-06-23 17:04 수정 2020-06-23 18:0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외국인 대상 취업비자 발급을 연말까지 전면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이민 제한 조치를 확대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미국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이나 저임금·고숙련 외국인 개발자들을 대거 고용해온 미 테크기업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과학자, 기술자 등 비농업 분야 직군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취업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고숙련 근로자 등 전문직 비자인 H-1B와 그들의 배우자에 대한 H-4 비자, 조경 등 비농업 분야 단기 근로자를 위한 H-2B, 주재원 비자인 L-1 등의 발급이 중단될 예정이다. 전문직이지만 코로나19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의료 전문가, 간호 인력은 중단 대상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코로나19로 미국 전체 실업률이 4배 넘게 폭증한 상황에서 외국인 취업비자는 미국인들의 일자리에 특별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지난 2월~4월 사이 H-2B 비자 관련 1700만명분 일자리가 사라졌고, H-1B 관련 2000만명에 달하는 미국인이 직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게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일자리를 보호하는 이민제도를 만들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고숙련 전문직 외국인 근로자가 취업비자 제한 대상에 대거 포함되면서 아마존과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중심으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미 테크기업들은 그간 비교적 저렴한 인건비를 들여 인도 등지에서 숙련된 이공계 분야 외국인 인력을 공급받아왔다. 전문직 취업 비자인 H-1B의 경우 수혜자에게 다년간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고급 외국인 인력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주된 수단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외국인 기술자를 고용하기 위해 H-1B, H-4 비자에 의존해왔던 업계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라며 실리콘밸리의 IT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평가했다.

아마존은 트럼프의 행정명령 서명 소식이 보도되자마자 성명을 통해 “고도로 숙련된 전문 인력의 입국은 막는 것은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태롭게 만든다. 정부의 근시안적 조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트위터에 “이민자들은 미국을 글로벌 기술 리더로 만들어 이 나라의 경제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며 “구글이 그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