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시장과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는 스토리텔러(Story-teller)가 되라”고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게 당부했다. 최 회장은 23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0 확대경영회의’에 서 “CEO들은 우리의 기업 가치를 시장, 투자자, 고객 등과 소통하고 신뢰를 얻을 자신만의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SK가 이날 밝혔다.
확대경영회의는 최고 경영진이 비공개로 그룹의 방향을 점검하고 논의하는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 중 하나다.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및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21개 관계사 CEO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SK가 키워갈 가치에 대해 “단순히 재무성과ㆍ배당정책 등 경제적 가치 만이 아니라 지속가능성, 환경사회지배구조(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고객 신뢰와 같은 사회적 가치, 지적재산권ㆍ일하는 문화와 같은 유ㆍ무형자산을 모두 포괄하는 토털밸류(Total Value)”라고 정의했다. SK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SK CEO들은 각 사별로 성장을 가로막았던 장애물을 극복할 방안과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나갈 각자의 스토리를 만들어 시장과 투자자, 고객 등에게 끊임없이 설득하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키워나가기로 했다. 최 회장은 확대경영회의 내내 CEO 역할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CEO가 변하지 않으면 회사가 바뀌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CEO들이 중장기 비전(되고 싶은 나)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거둔 경제적 성과를 시장에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신뢰를 얻어야 모두가 공감하는 스토리가 완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주, 기관투자자 등 파이낸셜 소사이어티를 구성하는 여러 이해관계자는 물론 고객과 사회 등과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날 ‘파이낸셜 스토리와 CEO 역할’을 주제로 한 토론을 직접 주재했다. SK CEO들은 패널토론에서 파이낸셜 스토리에 기반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영전략을 모색하면서 열띤 토론을 했다. 에너지·화학 분야에서는 친환경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 기업가치를 혁신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4차 산업에서 테크 리더십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조대식 의장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선진 기업은 고유의 강점을 내세워 신성장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신생 스타트업은 획기적 신기술로 높은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반면 SK는 기존 사업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절실함과 실행력 부족을 그 원인으로 진단했다. 이어 “유망사업을 발굴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라”고 주문했다.
SK 관계자는 “앞으로 CEO들은 자본시장의 평가를 중심으로 하는 파이낸셜 스토리, 사회문제도 해결하는 사회적 가치 스토리, 친환경 비즈니스를 접목한 ESG 스토리 등 자신의 경영환경에 맞는 여러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면서 결국에는 총체적인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