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판 정치범수용소’ 만드나… 보안법 피의자 무기한 구금 추진

입력 2020-06-24 00:15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추진에 반발한 홍콩 시민들이 지난달 24일 홍콩 중심가에서 시위를 벌이자 진압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의 제정이 임박한 가운데 이 법 위반자는 특별 구치소에 무기한 구금될 수 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정부가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이 법을 위반한 피의자를 구금하기 위한 별도의 구치소를 건립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세력과의 결탁, 국가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리즘 등의 반국가적인 행위를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하기 위한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SCMP는 홍콩 정부가 건립할 예정인 특별 구치소는 영국 식민지 시절 운영됐던 ‘하얀 집’과 유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얀 집은 영국 정보기관인 M16이 홍콩 경찰과 공동으로 운영했던 일종의 정치범 수용소다.

1950년대 초 지어진 이 시설은 1967년 반영폭동 당시 51명의 목숨을 앗아간 15건의 폭탄테러 주범들을 구금, 심문하기 위해 사용됐다. 당시 하얀 집은 구금자들의 비인간적인 대우로 악명높아 ‘동물원’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한 번 구금된 용의자는 수사 당국이 요청한 기간 동안 구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새로 제정될 법안의 세부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안법 위반자들은 수사기관이 사법 절차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간만큼 구금될 수 있다”며 “이 기간이 끝나고 나서야 법정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면서 “싱가포르 보안법도 법 위반자를 재판 없이 무기한으로 구금하는 ‘예방적 구속’을 허용한다”며 “이와 비슷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콩 경찰은 관례적으로 용의자를 48시간 이상 구금하지 않고 있어 이 원칙이 깨질 경우 인권단체와 국제사회 등을 중심으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중국 당국은 “무죄 추정의 원칙과 기본적인 인권 수칙 등은 철저히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 구치소의 규모, 위치, 관리 주체 등 구체적인 사안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