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EU 동상이몽…시진핑 “중국은 동반자”,EU “홍콩보안법 우려”

입력 2020-06-23 16:42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중국정부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럽연합(EU)에 “우리는 동반자이지 적이 아니다”라며 협력의 손길을 내밀었다. 리커창 총리도 EU와 올해 안에 투자협정을 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EU 측은 중국에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에 우려를 표명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 유포 문제도 거론하는 등 중국에 쓴소리를 했다.

23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전날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화상 회의에서 “중국은 평화를 원하며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과 EU의 협력을 당부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기회이지 위협이 아니다. 중국의 지속적인 개방 확대는 유럽에 새로운 합작 기회와 발전의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며 “중국은 동반자이지 적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EU가 세계 경제의 쌍두마차로 글로벌 경제 회복을 이끌어야 한다면서 양국 간 투자협정 추진 가속화, 친환경·디지털 협력 강화, 아프리카에 대한 제3자 협력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미셸 의장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국제 공조만이 글로벌 도전에 대응할 수 있다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갈등 해결을 강조했다.

리커창 총리는 시 주석에 앞서 가진 화상회의에서 “중국과 유럽의 투자협정과 관련해 우리는 협상에 진전을 이뤄 올해 안에 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양측 지도부는 원대한 수준의 협정을 체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럽연합은 중국의 홍콩 보안법 강행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투자협정 협상, 시장 개방 등 경제 문제에서 중국의 진전이 더디다며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AFP 등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한다면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감수할 것”이라는 점을 전달하고 재고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유럽의회는 앞서 지난 19일 홍콩보안법이 적용될 경우 EU와 회원국들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고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 관련 중국의 허위정보 유포 문제에 대해서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고 전했다.

EU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가 그들의 이미지 향상을 위해 코로나19와 관련된 허위정보를 유포하고 있다”는 내용의 ‘코로나19 허위정보 대응 전략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또 2014년 시작된 EU-중국 간 투자협정 협상에 진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미셸 상임의장은 유럽이 중국 기업을 맞이하는 것에 화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9월 독일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EU 27개 회원국 정상과 시 주석 간 정상회의가 취소된 것은 코로나19가 이유였지만 외교관들은 투자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