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살리기 위해서?… 영국 사회적거리 ‘2m→1m’ 완화 논란

입력 2020-06-23 16:25 수정 2020-06-23 16:43
영국 런던 동부 스트래트포드 소재 웨스트필드 쇼핑센터에 마스크 광고물이 부착돼 있다. AFP 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실시했던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을 2m에서 1m로 완화하면서 이 조치가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회적 거리를 좁힐 경우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커진다는 우려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이제는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영국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 상황이 ‘통제 가능’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를 완화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경제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압박에 사회적 거리를 1m로 변경했다고 23일 보도했다.

WP는 “보리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확산 후 봉쇄령을 뒤늦게 내리면서 희생자를 증가시키고 의료진에 보호장구 지급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 등에 대해 계속 비판받고 있다”면서 “그러나 봉쇄령 시행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는 다른 국가들보다 엄격하게 해온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최소 1m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고 있으며 중국·프랑스·덴마크 등은 1m, 한국은 1.4m, 독일·이탈리아·호주는 1.5m 수준의 거리두기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흥업계는 2m 기준을 지킬 경우 펍 등의 영업이 사실상 어렵고 비용이 증가하며, 고용도 줄어든다는 점을 들며 사회적 거리 완화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술집은 다음달 영업 재개를 앞두고 있다.

업계 단체들은 “2m를 유지하면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면서 “2m의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면 영국에서 다시 문을 열 수 있는 펍은 기존의 1/3 수준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런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마이클 벨벤은 “지난 3월 봉쇄령 때문에 19명의 바텐더와 요리사를 해고해야 했다”면서 “1m와 2m의 차이는 매장 안에 사람이 얼마나 들어갈 수 있느냐의 문제다. 2m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한다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사회적 거리 완화 요구는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경제학자들이 1709년 ‘대혹한(Great Frost)’ 이후 300여년 만에 최악의 경기침체를 예고했고,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보수당 의원 존 레드우드는 지난주 국회에서 “과학적 조언은 뒤죽박죽이고, 경제·산업계의 조언은 명확하다”면서 “그런데 왜 사회적 거리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업계에 다른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정부 과학 자문위원인 캘럼 셈플 리버풀대 교수도 BBC라디오에 출연해 “1m보다 2m를 유지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지금은 제한을 완화하는 정치적인 결단을 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회적 거리를 완화하면) 개학을 앞당기고 경제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m 기준에 대해 “비말 발생시 전파 방향과 시간 등이 고려된 수치”라면서 “사회적 거리를 좁히게 될 경우 공공장소에서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되도록 타인과의 접촉을 삼가고 실내 활동을 줄이는 등의 제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