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아드리아 투어 확진 선수 3명까지 급증

입력 2020-06-23 16:13 수정 2020-06-23 16:39
조코비치(왼쪽)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디미트로프와 농구 경기를 하며 완전히 접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려가 현실이 됐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기획한 아드리아 투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 선수가 3명까지 늘어났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조코비치와 아드리아 투어 측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런 조코비치조차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AP통신은 23일 “아드리아 투어 1차 대회에 출전한 빅토르 트로이츠키(184위·세르비아)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트로이츠키는 전날 그리고르 디미트로프(19위·불가리아)와 보르나 초리치(33위·크로아티아)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이 대회에 참가한 선수 중 세 번째로 확진자가 됐다. 조코비치의 트레이너와 디미트로프의 코치 등 비선수 인원까지 포함하면 코로나19 확진자만 5명이나 발생했을 정도다.

조코비치는 지난 12일부터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와 크로아티아 자다르에서 열린 남자 테니스 미니 투어 대회 아드리아 오픈을 기획했다. ATP 투어가 코로나19 탓에 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테니스 공백’ 상태를 해소하자는 취지로 유럽 국가를 순회하면서 테니스 토너먼트를 연 것.

하지만 지난 20일부터 이틀 간 자다르에서 열린 2차 대회가 디미트로프의 코로나19 양성 판정으로 결승 일정을 취소한 뒤 확진자가 줄줄이 발생하는 악재를 맞았다. 같은 대회에 출전한 초리치도 양성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지난 12~14일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1차 대회에 참가한 트로이츠키까지 연쇄적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크로아티아 자다르에서 열린 아드리아 오픈 2차 대회에 수많은 관중들이 들어차 있다. AP연합뉴스

문제는 이 대회가 코로나19에 무방비한 상태로 치러졌단 점이다. 아드리아 투어는 1차 대회부터 4000명이 넘는 팬들의 입장을 허용하면서도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등의 기본적인 안전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선수들도 경기장에서 포옹을 나누기도 했고, 미디어 이벤트, 농구 경기에 참석해 서로 밀접히 접촉하기도 했다. 심지어 조코비치와 디미트로프, 알렉산더 츠베레프(7위·독일), 도미니크 팀(3위·오스트리아) 등 여러 ATP 투어 랭커들이 클럽에서 열린 심야 파티에 참석해 함께 춤을 추기까지 했다.

현재 2차 대회에 참가한 츠베레프, 마린 칠리치(37위·크로아티아), 안드레이 루블레프(14위·러시아)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에 들어갔지만, 디미트로프와 농구를 하며 몸을 밀접히 접촉한 조코비치는 아직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조코비치와 아드리아 오픈의 ‘안전 불감증’에 전세계적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 영국 테니스 챔피언 그렉 루셋스키(47)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테니스 경기를 보는 팬들의 모습을 보니 믿을 수 없다”며 “어떻게 이런 식으로 관리하면서 아무런 염려도 하지 않았던 건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닉 키리오스(40위·호주)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런 대회에 출전한 건 잘못된 결정”이라 비판했다. 메이저 여자단식 18회 우승자인 크리스 에버트(66·미국)도 “선수들끼리 신체 접촉을 하고 팬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박 조코비치(오른쪽) 가까이에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니콜라 요키치의 모습. 니콜라 요키치 인스타그램 캡처

이미 오는 8월 31일부터 무관중으로 치러질 예정이었던 US오픈의 강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조코비치로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의 여파가 미국 프로농구(NBA)에까지 미칠지도 주목된다.

영국 데일리메일과 미국 덴버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조코비치는 지난 11일 세르비아의 KK 파르티잔 센터에서 열린 세르비아 레전드 농구 감독 데얀 밀로예비치(43) 헌정경기에 참석해 세르비아 유명 농구선수 니콜라 얀코비치(26·파르티잔), NBA 올스타 출신 센터 니콜라 요키치(25·덴버 너기츠)와 밀접히 접촉했다. 이후 얀코비치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조코비치는 물론 요키치의 감염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NBA가 다음달 31일 미국 올랜도에서 리그 재개를 앞두고 있고, 22일부터 각 구단이 선수들을 소집하고 있는 걸로 알려져 요키치의 확진 여부에 따라 조코비치로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파장이 NBA까지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